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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인생의 2막을 시작하자

 

40, 50대 아저씨지만 30대 중반 같은 패셔니스트. 즉석에서 멋들어진 색소폰 연주 한두 곡쯤은 문제가 아닌 낭만의 60대. 구릿빛 피부와 초콜릿 복근이 섹시해 보이는 50대 보디빌더. 60대에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대학 신입생. 왕성한 사회활동과 레저, 운동에 만능인 50대 후반의 사회인 야구팀 주장. 탱고와 차차차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댄스스포츠마니아 50대 주부.

나이와 상관없이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많은 이들이 가끔 펴보는 상상의 나래다. 상상은 중년이 넘어가고 정년퇴직을 거치면서 더욱 자주 하게 된다. 그러나 삶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이 들면서 뱃살은 점점 더 늘고 체형은 바뀌지만 대책은 없다시피하다. 화장품이라야 아침에 세수하고 바르는 스킨과 로션이 고작이다. 그런가 하면 외모는 나이보다 대여섯 살이나 더 들어 보이고, 하루가 다르게 머리가 빠져 훤한 모습이 되어가지만 이 또한 속수무책이다. 스스로 이런 게 부모의 모습이라고 위안을 삼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노라’ 위로도 해보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는 속내 감춘 독백을 내뱉지만 어느 틈엔가 푸념으로 바뀌기 일쑤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중년들

최근 들어 이 같은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중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못했던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유통업계와 문화계에서는 이들을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라 부른다. 액티브시니어는 미국 시카고대의 버니스 뉴가튼 심리학과 교수가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신조어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연장자를 뜻한다. 다시 말해 50대 이상 중산층으로 본인의 건강, 미용,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이 자녀, 가족을 위해 쓰던 돈을 자기를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을 포착해 만들어낸 용어다. 액티브시니어는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소비와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에서 실버 세대와 구분된다. 보통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리킨다.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해야 실생활에서의 진짜 나이라는 현대 나이 계산법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요즘 나이 70이라면, 이 계산법에 의하면 56세가 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특히 액티브시니어들에게 나이 계산법의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년은 58.4세다. 현대 나이 계산법으로 환산하면 한창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40대 중반에 은퇴를 하는 셈이어서 그렇다. 이들 스스로도 실제 연령보다 10~15세 젊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살아온 만큼의 세월을 준비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No More Uncle, 즉 노모(NOMU)족이니, 오팔족(Old People with Active Life; OPAL)이니, 루비(RUBY)족이니, 모두가 액티브시니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새롭게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떠오르자 1∼2년전부터 유통업계에서 트랜드화 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다. 모 기업은 지난 4월 ‘오아후’라는 50대 전용 인터넷 쇼핑몰도 오픈했다. 오아후는 ‘오십대부터 시작하는 아름답고 후회 없는 삶’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말도 참 잘 만들어내지만 역설적으로 시장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된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액티브시니어들의 등장과 확산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려는 의지가 강해서다. 시니어지만 수혜층이 아니라 모든 면에 기여층이라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중년들은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이 낯설다. 삶의 모습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런 삶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게끔 나를 위하는 것이라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나만의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라고 시간은 기다려 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불행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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