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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인생은 타이틀 매치가 아니다

 

우리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생산한다. 그때부터 내 자녀는 최고로 키우고 싶다. 이것이 우리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갈망이다. 그래서 학원에도 보내고, 가정교사도 세우고 이런저런 과다한 교육비로 출혈적인 인생을 감내하는 것도 우리자녀들을 잘되게 하기 위한 부모들의 갈망 때문이다.

부모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녀들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까지 갖고 있다. 내 아이만큼은 공부를 잘하겠지, 속 썩이지 않고 착하게 잘 자라겠지 그런 기대를 갖는다. 특별히 어릴 때 한두 가지 남다른 재능을 보이게 되면 내 아이는 이 분야에 천재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기대감은 더 증폭되어서 그때부터는 영재교육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고, 또 학군 좋은 데가 어딘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하나 둘 그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져 간다. 환상이 깨진다. 초등학교쯤 가면 기대감이 배신감이 되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원망이 커지게 되고, 대학에 갈 때면 아예 원수로 사는 부모도 있다. 이런 부모 밑에서는 절대로 훌륭한 자녀가 양육될 수 없다.

네 가지 형태의 부모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의 뒤를 팍팍 밀어주는 부모, 둘째는 자녀와 함께 예습도 하고 학교에 따라 다니면서 함께 뛰어가는 부모, 셋째는 공부하는 자녀 곁에서 뜨개질하면서 지켜주는 부모, 넷째는 자녀가 공부를 하든 말든 주무시는 부모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부모들은 너무나 안타깝게도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해서 자기가 조종하고 주장하고 강압적으로 키우려고 한다. 부모가 자식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내가 너를 얼마나 금지옥엽 키워놨는데 그래 기껏 한다는 게 그 꼴이냐. 공부하고 담을 쌓은 인생인데도 불구하고 과외까지 시키면서 공부를 시키려고 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저 아이를 통해서 펼치겠다. 정말 착각이다.

독일에서는 학생에게 친구관계보다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경쟁에서 승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주로 교육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는 사회성이 좋은 학생을 칭찬하고 존중하며,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이웃을 챙기는 사람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존경하고 우러러본다고 한다.

우리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하루에 무슨 말을 제일 많이 할까 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제일 많이 듣는 말이 ‘텔레비전 그만 봐라’, ‘공부해라’, ‘숙제 하고 놀아라’ 이런 말을 제일 많이 한다고 한다. 어떤 부모는 좀 심해서 ‘차라리 텔레비전 안에 들어가서 살아라’ 고 한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 무엇을 하겠느냐,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지 않는다. 이런 교육의 부재가 결국 어떻게 사느냐를 소홀히 하고, 어떻게 하던지 한 자리 차지하겠다는 치졸한 게임을 하게 만들고, 인생을 타이틀 매치라고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인생은 타이틀 매치가 아니다. 인생을 타이틀 매치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인생은 비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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