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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단기 4346년은 응답하라

 

최근 ‘삼국유사’를 주제로 하는 특강을 의뢰받아 고민한 적이 있다. 숱한 생각의 가지들을 쳐내고 선택한 것은 ‘주몽신화’였다. 그리고 강연 내용 중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연호를 단군기원, 즉 ‘단기’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포함시켰다. 서구화 및 세계적 공통 사용이라고 행정적 편의를 위해 서력으로 대체해 사용 중인 공용연호를 단군기원과 병용하자는 내 주장에 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며칠 후, 특강에서 만났던 한 분이 내게 우편물을 보내왔다. ‘단기복원’ 운동에 열중하시는 어르신의 책자였다. 강연을 들으면서 유난히 동감하시던 분이었다. 반갑고 그리고 고마웠다.

지난 5월에 복구된 숭례문은 수백 년 역사의 보물로서 한국전통의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 때문에 전통의 상징인 국보 1호이며, 언론을 통해서 전통의 방식으로 복원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널리 알렸다. 그렇다면 그 상량문의 모든 연호 또한 전통의 방식인 단기 또는 임진년 등 육십갑자로 표기해야 하는데, 서기로만 기록했다. 왜 그랬을까? 현재의 연도 표기는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는 ‘연호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물론 서력기원, 즉 ‘서기’ 연호의 사용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단기’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과 동시에 모든 공문서에 단군기원을 사용하기로 하여 15년간 시행되었다. 하지만 1962년에 폐지되고 ‘서기’로 대체하였다.

우리 역사는 백년 단위의 구분, 즉 ‘세기’로 보면 지금은 단기 44세기이다. 서구적 시간 개념의 21세기가 아니다. 우리는 2300년 전에 21세기가 이미 지나갔다. 한참이나 지난 세월을 가지고 지금도 새로운 시대, 첨단의 21세기라 하는 모양이 어찌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단기는 정확하게 B.C 2333년(무진년)에 시작된다. 단군기원을 뒷받침해 주는 고문헌으로는 ‘삼국유사’와 ‘제왕운기’가 가장 오래 되었다. 단기를 처음으로 사용한 이는 고려의 문인이었던 백문보로 알려져 있다. 단기의 사용은 민족사의 주체성을 정립하는 데 실증적 근거로 중요하다. 유구한 역사 문화적 전통을 가진 나라들은 자국의 연호를 표기한다. ‘단기’를 복원하는 것은 고조선의 정통을 이었다는 의미다. 고조선에서 고구려, 고려,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바로 세우는 의의가 바로 ‘단기복원’이다. 여러 단체에서 뜻있는 분들에 의해 ‘단기연호 함께 쓰기 운동’은 널리 호응을 얻고 있다. 더구나 분단된 남북의 동질성 회복과 앞으로 다가올 민족 통일을 위해서도 단기 연호 병용은 요긴하다.

또한 다문화 사회에서도 단기병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타적 민족주체성이 아니라 이타적 민족의 주체성으로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과 ‘세상으로 나아가 도리로 교화한다’는 ‘재세이화’의 인본주의적이고 현세주의적인 윤리의식과 철학사상의 특질이 잘 나타나 있다. 이것은 다문화의 인본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작년에 법제처는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기이며 단기를 함께 쓸 경우 불교기원, 즉 ‘불기’, 공자기원, 즉 ‘공기’도 문제되므로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단기 연호를 공용 연호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리라면 ‘서력기원’도 종교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서구의 역사인식에 맞추려고만 한다면 자기역사에 대한 부정될 수밖에 없다. 실망스럽다. 단기병용은 개천절과도 밀접하다.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 개천절은 민족국가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다. 특히 상해임시정부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여 경하식을 행하였고, 광복 후 대한민국에서는 이를 계승하여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식 제정하였다. 단기복원을 부정하는 것은 개천절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개천절이 엄연히 국경일이라면 단기복원도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현행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를 ‘서기’로 하되 ‘단기’도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경기신문 2013.6.20.일자)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도 한 번 기대를 해본다. 단기 4346년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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