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별을 보는 문화

 

천문학의 발달은 인류문명의 원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고대로부터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발달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을 이해하는 방법의 차이로 주요 논쟁이 촉발되며 종교와 과학이 발전했으며, 신화와 예술, 인문학 등에 마르지 않는 샘처럼 하늘은 꿈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시인은 여전히 별을 노래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사람들은 꿈과 사랑을 키운다. 천문학의 발달은 인류 문명의 진보와 함께 했고, 우주를 향한 무한 경쟁은 오늘날에도 국가의 위상이자 힘으로 대표된다. 우리 민족 역시 고대로부터 변치 않고 하늘을 향한 문화 유전자를 키워왔기 때문에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며 당당히 세계사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닐까

신라인들은 하늘에서 별을 따다 경주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경주는 단순히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산과 마을, 여러 건물들로 이루어진 문명의 도시가 아니라 우주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하늘나라였다. 하늘의 질서와 영원한 생명을 담아낸 지상의 천상도시다.

경주는 우주도시

첨성대가 태양의 고도에 따른 그림자 길이를 적정 비율로 축소해서 회전시킨 모양이고, 27단의 돌단으로 이루어진 몸체는 위로 갈수록 축소되며 지구의 기울기인 23.5도와 일치한다는 사실, 불국사를 비롯한 석굴암, 안압지, 포석정과 수많은 왕릉 등 경주의 주요 시설과 유적지들이 첨성대를 중심으로 고대 천문도를 바탕으로 한 하늘의 별자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등은 신라인들의 놀라운 천문 지식과 우주관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어서야 제대로 알게 된 첨성대와 경주 건설에 얽힌 내용들은 놀라움 자체였다. 삼국시대의 여러 도읍지 중에서 당시의 모습을 잘 유지하면서 우리에게 역사의 시공간을 넘어 꿈과 상상을 덤으로 전해주는 경주의 존재는 신라인들이 품었던 우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기운 덩어리가 되어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별은 화려한 도시의 불빛에 가려 점점 희미해진다. 밤하늘의 별을 헤며 보낸 여름날의 기억은 도시의 일상과 무한궤도를 달리는 경쟁구도에 묻혀 아련하기만 하다. 세상이 밝을수록 별은 어둡고, 역설적이게도 어둠이 깊을수록 우리에게 아름다운 빛을 내어준다.

별은 어두울수록 밝게 빛난다

몽골의 테를찌 국립공원 바양하드 캠프는 지구에서 별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몇몇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연중 230~250여일에 이르고, 해발 1천500m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공기 중에 미세먼지나 습기가 거의 없으며, 발달된 도시가 거의 없어 광공해로부터도 거리가 멀다.

이번 여름, 이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서 여름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거대한 강줄기 같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별과 직녀별을 보면서 잠자고 있던 감성과 숨죽이고 있던 세포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푸르스름한 꼭두새벽까지 밤을 지킨 큰 소득이었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어떤 문화를 꿈꾸고 만들고 있을까. 화려한 조명만 좇는 문화, 돈 되는 것만 가치 있는 문화, 기계음으로 가공되고 확성된 음악만 대접받는 문화, 비정규직과 카드빚에 시름하면서도 명품만 선호하는 문화, 값비싼 승용차를 타야 대접받는 문화, 실력보다는 소위 스펙이 화려해야 취업이 되는 문화. 역사와 문화는 돌고 돈다. 이런 얄팍한 문화가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밝고 화려한 불빛으로 무작정 달려드는 하루살이 같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한 몽골의 현주소는 인구 300만, 국민소득 3천 달러. 신라인들이 광대무변한 하늘의 별자리를 빌려 변치 않을 가치를 담아 건설한 도시가 몽골의 여름 밤하늘과 겹쳐진다. 여름 휴가철에 별을 보는 문화가 성하게 일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