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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혼란스러운 주택 전세와 정책 대응

 

최근 10년간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전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택 거래가 부진한데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1%나 치솟은 전세금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아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물건의 품귀현상으로 전세대란 우려마저 제기된다. 일부지역에서는 과도한 대출 부담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들이 시세보다 턱없이 싼 전세매물들을 내놓아 그야말로 전세시장의 향방을 알 수 없을 만큼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세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상하기 위하여 먼저 전세제도가 어떤 배경에서 생겨나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본 뒤, 이와 관련된 합리적인 정책방향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고유하게 발달한 임대제도이다. 보통 주택가격의 30~7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받고,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월수입 임대료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매매가(교환가치)가 10억이고 정상적인 임대의 경우 5%의 월세를 받는다면 연 5천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60%라고 한다면 전세가(사용가치) 6억원에 임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로 환산하면 연 3천만원 돈으로 수준 높은 주택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전세제도가 유지돼온 이유는 과거 경제개발을 주도했던 정부가 은행 등 제도금융권의 자금을 주로 산업용도에 국한해서 지원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개인들은 부동산 취득 시 대출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목돈을 받는 전세제도를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즉, 전세는 주택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선취매의 방법으로 활용된 측면이 강했다.

전세금은 임차인에게 저축의 성격을 가졌고 이미 매입가의 60% 수준에 달하는 전세금에 추가적으로 40%의 자금을 마련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임차인이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자로의 전환도 매우 빨라서 주택시장이 쉽게 과열되는 부작용도 발생하였다.

최근의 전세제도는 과거와 다른 환경 속에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시중금리 하락과 주택관련 대출 활성화 등 경제 여건이 변하여 전세보증금이 주택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드는 등 존립 근거가 약화되었다. 이는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의 증가를 초래하는 반면, 전세의 감소를 불러와 전세 수급에 영향을 주었다. 전세 재고주택의 감소는 신규 임대주택 공급의 감소와 맞물려 최근 전세대란의 우려를 자아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는 전세금의 상승이 임차인들로 하여금 매매수요로의 전환을 촉발해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금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주택구입을 미루는 경향 속에 오히려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거나 대다수 기존 임차인들도 재계약을 함으로써 전세수요가 늘어나 전세금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전세 시장에서는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전세주택의 재고량이 감소함으로써 전세금의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변화가 세입자나 금융권에는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전세 임차인이 이를 월세로 전환하기에는 월 소득이 따라가지 못해 전세계약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전세보증금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금융권에 지고 있는 세입자들의 빚도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전세보증금은 오르지만 집값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잃을 가능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임차인의 전세 수요가 주택의 매매 수요로 전환되기를 기다리며 시장을 관망만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전세물량의 공급통로인 주택 공급의 축소를 유도하고 주택 임대시장에서 임차인에게 저리 융자를 해주는 것은 전세금의 상승을 유발할 뿐, 집 없는 사람들의 애로를 해결해주는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최저소득자들을 위한 월세형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사면초가에 놓인 중산층의 전세 세입자들을 고려한 중·소형 주택의 공급 확대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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