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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LG 싹쓸이의 씁쓸한 뒷맛

 

LG 트윈스가 올스타를 독식했다. 팬 투표 결과 선발투수, 구원투수에서 지명타자까지 11자리를 싹 쓸었다. 열성팬들이 56일간 출근부 도장 찍듯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팀의 영광이므로 LG 구단은 축제 분위기여야 한다. 하지만 선발된 선수들마저 많이 당황한 모습이다. 지난해엔 롯데 자이언츠가 딱 그 짝이었다.

올스타 투표 독식이 반드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초호화 멤버를 끌어 모은 프로 팀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지난해 롯데나 올해 LG ‘올스타’들이 전부 최고의 선수냐 하는 점이다.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선수, 실력은 떨어지나 인기는 높은 선수, 실력도 인기도 별로이나 묻지마 투표로 선발된 선수가 뒤섞여 있다는 건 선수들 본인이 더 잘 안다.

인기는 실력과 무관하다. 실력은 인기투표로 검증될 수 없다. 싹쓸이 뒷맛이 씁쓸한 첫 번째 이유다. 진정한 프로야구 팬이라면 응원하는 팀과 잘 하는 선수를 가려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와 상관없는 영역이지만, 선거 때마다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한국 선거문화가 떠오른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막대기라도 찍는다. 한국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제도의 취지는 패거리주의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정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럴 거면 왜 소선거구제를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차라리 정당이 인재를 추천토록 하고, 투표권자는 정당만 선택하는 비례대표제가 패거리 묻지마 투표보다 100배 합리적이다.)

제도의 취지는 간 곳 없고

LG 싹쓸이 이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자 골수 LG 팬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의 룰에 따라 투표를 한 결과인데 뭐가 문제냐는 거다. 말인즉슨 틀리지 않다. LG 팬들은 올스타 투표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LG 팬들이 투표를 할 때 이 포지션엔 역시 우리 LG 선수가 최고라고 진짜 믿었는가 하는 점이다. 공부 안 한 학생이 답안지 1번으로 통일하듯 일사천리로 LG만 찍어댄 팬이 진짜 프로야구 팬 맞나? LG가 속한 웨스턴리그 다른 팀(KIA, 넥센, 한화, NC) 선수들의 기록을 한 번 훑어보기만 해도 ‘LG로 통일’이 얼마나 무모한지 금세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도는 악용의 유혹 앞에 쉽게 무너진다.

성찰해야 할 패거리주의

제도가 취지에서 벗어나게 운용되었을지라도 결과엔 승복해야 한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게 제도니까. 하지만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에 승복하라!’는 전형적인 승자의 논리다. 아니꼬우면 당신들도 같은 방법을 쓰지 그랬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유치하고 야비하다. 당신들의 승리는 인정한다. 그래도 상대를 향해 그런 욕을 하지는 말자. LG 싹쓸이의 뒷맛이 씁쓸한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으로 일부 전문가들의 태도가 씁쓸함을 더 한다. 논란의 와중에서 일부 프로야구 전문가들이 LG 팬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싹쓸이는 제도의 결함 때문이다. 그러나 LG 팬들은 규정을 따랐을 뿐이니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로 그 논리다.

LG 팬들이 자기변호 차원에서 펴는 논리라면 몰라도 소위 프로야구 전문가라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름지기 전문가라면 제도의 개선과 팬들의 성찰을 동시에 촉구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영역에도 객관적 포폄보다 인기영합 내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전문가들이 넘친다. 수준 낮은 댓글 같은 이야기를 포장해 주는 이들의 담론은 그 자체가 개혁 대상이다.)

KBO는 즉각 올스타 선정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팬 투표만이 아니라 다각적인 방식을 조합해 진짜 스타가 누락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어떤 제도도 완결적일 수 없다. 결함이 드러나는 대로, 운영의 묘를 방해하는 요소가 포착되는 대로 고쳐나가야 한다. 어쨌든 올해 올스타전은 오는 19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다.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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