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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박근혜 정부와 KTX ‘민영화’ 논란

 

KTX가 다시 ‘민영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6월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지주회사와 자회사 체제로 전환해서, 코레일 산하에 수서발 KTX, 물류, 차량관리, 유지보수, 역사 등 부대사업 등의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누가 봐도 이번 발전방안의 핵심은 수서발 KTX다. 이를 위해 철도공사 자금 30%, 연기금 등 공적자금 70%를 투자하겠다고 한다. 수서발 KTX가 각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 노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는 예측 때문이다. 이번 발전방안에도 여기서 번 돈으로 코레일의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말한다. 굳이 국토부가 수서발 KTX를 고집하는 것도, 수서발과 용산발 KTX 간의 이른바 ‘경쟁체제’를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정부 측은 이번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철도노조나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의혹, 곧 철도 ‘민영화’와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사실 그렇긴 하다. 코레일 공사자금 30%는 공적 자금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머지 70%를 차지하게 될 국민, 군인, 공무원, 사학, 우체국연금 등 연기금 역시 누가 봐도 공적 자금임에 분명하다. 그렇게만 본다면, 수서발 KTX는 그 자체로 매우 전망이 좋은 새로운 공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 자체로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부채덩어리인 코레일을 분할, 분사해 흑자 공기업을 만드는데 누가 반대할 건가.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연기금에 아무리 정부입김이 강하다 해도, 국토부가 원하듯 그렇게 순조롭게 70%의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공기업이 가지는 비효율성과 독점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소위 ‘경쟁체제’를 억지 춘향이 될지라도 만들고자 하는 정부가 돌고 돌아 또 다른 공기업, 그것도 매우 순도 높은 공기업인 수서발 KTX를 설립한다는 것이 과연 진정성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달리 말해 공기업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또 공기업을 만든다는 것이 도무지 앞뒤가 맞는 일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나 대부분의 공기업이 ‘시장형’ 혹은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금의 추세에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 아닌가.

셋째, 공사 자금+공적 자금으로 이루어질 수서발 KTX는 ‘민간 매각’을 제한한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번 발전 방안은 ‘민영화’가 아니란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자면 수서발 KTX는 향후 법인 설립이 되더라도 주식공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아무리 연기금이 공적 자금이라고 해도 엄격히 수익성 원칙에 따라 운용되는 것인데, 투자이익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주식 공개를 하더라도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투자약관상 ‘민간’ 매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게 과연 현실성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라는 말이다.

네 번째 의문은 한미FTA에 관련된 것이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국의 철도시장은 2005년 6월 30일 이전 건설된 노선에 한해 사실상 개방되었다. 그 이후 노선은 국토부장관의 인허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안이 복잡한 것은 수서발 KTX 경부선의 경우 수서∼평택, 동대구∼부산 구간은 미국에 개방되었지만, 평택∼동대구 구간은 그렇지 않다. 또 호남선의 경우, 수서∼평택, 오송∼목포 구간은 개방되었지만 거리상 얼마 되지 않는 평택∼오송 구간은 미개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에 철도 개방할 의사가 없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이는 협정문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협정상 개방된 구간에 대해 미국이 ‘면허’를 요청할 경우, 이를 거절할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개방하지 않겠다고 우긴다면 이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철도회사가 호남고속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송∼목포 구간에 서비스공급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근거가 사실상 없다는 말이다. 또 거절 자체가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발전방안의 취지와도 상충된다.

철도민영화 반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안은 대통령의 공약 이행방안이라고 하기에 앞뒤가 맞지 않고 또 이래저래 엉성하다. 재논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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