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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보호자 없는 병원

 

시어머님께서 또 병원에 입원하셨다. 올해 들어 세 번째다. 3월에 허리 수술을 받으신 후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신장·심장기능이 약화되어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본인도 무척 힘드시지만 옆에서 간호하는 아버님도 걱정이다. 병원에서 쪽잠을 주무시며 병수발을 드는 것은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간병인을 부르자고 몇 번 권유도 해 보았지만 고집을 꺾기가 어렵다. 오랜 병수발로 의기소침해 있는 아버님은 두 차례의 뇌경색으로 뇌 개선제와 혈압약을 복용하시는데도 어머님의 간병은 꼭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이 대단하시다. 자식들도 좌불안석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있지만 서로 눈치만 보며 불편한 심정을 애써 감추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질병 및 의료구조가 변화하여 중증, 희귀난치병, 만성질환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수요와 병원입원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핵가족화,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족에 의한 돌봄이나 부양기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증, 희귀난치병, 만성질환은 가계 파탄, 빈곤층 전락, 우울증, 자살, 빈곤과 질병의 대물림하는 주요 원인으로 소득 양극화에 따라 저소득 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출의 중요원인이자 건강보험 보장성 취약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3대 비급여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함께 간병인비가 차지한다. 간병인비는 고스란히 개인의 사적부담으로 지불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간병은 형제간의 갈등, 간병하는 가족의 질병(관절질환이나 우울증 등), 배우자까지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여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등 여러 문제의 원인이 된다.

입원 환자에 대한 간호서비스는 전문 병원 인력으로 제공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은 사적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고, 병원 측에서는 눈감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간접고용을 통한 간병인의 경우 주로 50대 이상의 여성 인력으로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24시간 근무하며 하루 6만5천원 정도의 일당을 받고 있지만 식비를 아끼기 위해 비닐에 보관된 냉동밥과 밑반찬으로 세끼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2007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과 관련된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간병에 대한 사회적 부담 경감과 적정 간호 인력 확보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2012년 기준 경기도 의료원 6개 병원에서 공동 간병실 실적을 보면 전체 11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고 연인원 2만8천486명이 이용하고 지급 금액은 5억700만원 정도이다.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에 비해 환자 일인당 4만7천200원 절약 효과의 수치가 나온다.

※현재 간병인비 65,000×연인원 28,486=

1,851,224,680(개인간병인 고용할 경우)

※공동간병인 지급금액 506,722,080

※차액 1,851,224,660-506,722,080=

1,344,502,600 ※1,344,502,600÷연인원 28,486=

1인당 47,200

질 높은 의료서비스는 오랜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 당사자나 보호자에게 큰 의지가 되고 보탬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사항이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간병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재원 마련에 따른 비용 부담과 이제 효도도 지자체가 담당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도 노인 인구 100만 시대이다. 100세 이상의 노인도 2천명 이상에 달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간병의 문제는 우리 모두로 부각되며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간병인에 대한 자격과 처우에 대한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 얼마 전 보호자 없는 병원 지정 및 지원조례가 제정되었다. 앞으로 경기도에는 공공의료기관을 시작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이 지정되어 운영될 것이다. 점차 민간병원까지 확대될 것이라 예상된다.

어머님의 오랜 병 수발로 아버님은 눈에 띄게 수척해 지셨다. 아버님의 건강이 걱정되어 간병인을 부르고 집에서 잠시 쉴 것을 권유해 보았지만 오히려 몸이 가벼워져서 더 좋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오늘도 무거운 마음으로 병실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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