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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기생, 원 라이프 멀티 스토리를 꿈꾸다

 

“거친 무덤에도 해마다 봄빛은 찾아와/꽃으로 단장하니 풀로 치마 둘렀네./이 많은 꽃다운 혼들 아직 흩어지지 않고/오늘도 비 되고 구름이 되네.” 석주 권필의 한시 속에서는 생전에 아름다웠던 기생이 묻힌 선연동에 꽃다운 혼들이 비와 구름으로 변신한다. 조선시대 평양 기생은 죽으면 모두 평양 북쪽의 칠성문 밖에 장사를 지냈다. 그 묘지를 ‘선연동’, 즉 기생의 ‘곱고 예쁜 고을’이라 불렀다. 시인들에 의해서 스토리텔링이 되어 평양기생의 것만이 아니라, 조선 기생의 북망산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덕택에 이곳을 지나는 시인들은 반드시 시를 남겼다. 선연동의 스토리텔링은 시인들의 꿈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매체의 변화에 적응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중 사회의 관심을 끄는 문화 코드 중에 하나로 기생을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잘 안다고 여기는 것 중에 기생도 빠지지 않지만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저 전해 들었을 뿐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부일 수도 있다. 여러 문화원형 중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대상으로 기생은 특히 매력적이다. 특유의 팜므 파탈의 이미지와 함께 이중적인 삶의 굴곡이 잘 드러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생의 스토리텔링과 문화원형

‘선연동’을 소재로 삼은 시인들은 시간을 초월하여 공간에 접속된다. 그곳에서 무수한 담론들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시문이 지어졌다. 그래서 시인과 ‘선연동’은 절묘한 만남이다. 시인들은 기생들의 생전의 모습과 죽은 뒤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음영하기를 즐겼던 장소로 선연동을 그렸다. 기생은 사대부 연회에 가무음률과 시서화를 할 줄 아는 해어화로 ‘선연동’에 묻혔지만, 시인들은 그곳을 찾은 손님으로서 아쉬웠던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을 시로 다시 살려낸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또 다른 흐름은 기생의 아름다움도 ‘선연동’에 묻혀 있는 기생들을 추모하면서 속절없는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는 감회를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다. 지금 북한 평양에서 ‘선연동’은 ‘고노골’로, 평양시 모란봉구역 개선동 모란봉의 북쪽에 있는 골짜기를 말한다. 현재는 고노동의 중심마을이 위치해 있다. 기생 문화원형은 문헌, 회화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역사 속 유명 기녀들의 외모, 패션, 스타일, 성격 등을 디지털에 담은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근대적 기생, 즉 ‘권번 기생’은 대부분 인생 자체가 극적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어 다양한 시나리오로 재구성하기에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신문, 잡지 자료가 많이 남아 있고 관련 인터뷰도 적지 않게 남아있다. 기생 이야기는 미모나 재주가 뛰어나지만 사회적 천대 때문에 일반인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애환을 지닌다. 또한 기생들과 관련이 깊은 주변 인물의 삶 자체 역시 구성도 극적이다.

디지털 시대 융합 콘텐츠, 기생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가 되면서 지금까지 다른 영역에서 각 장르를 관통하는 공통 요소를 도출하여 영역의 개별적 발전이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여러 매체의 콘텐츠로 변주되면서 문화 상품을 양산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징을 보여준다. 원 라이프 멀티 스토리는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스토리텔링 개발의 한 방법이다. 근대 기생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디지털콘텐츠 개발은 기생의 생활 관련 역사와 제도, 기생 조합과 권번 기생의 삶과 예술 기생의 생활 등의 고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소재화하여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디지털 콘텐츠로 개발된다. 기생 인물을 재조명하는 스토리텔링 개발은 원 라이프 멀티 스토리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잘 짜인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은 문학,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광고, 디자인, 홈쇼핑, 테마파크, 스포츠 등의 이야기 장르를 아우른다. 조선시대 기생이 직접 지은 시들은 문집으로 남지 못한 채 사대부 편저자의 시선과 담론화의 과정을 거쳐 취사선택된 것이다. 이처럼 주변 인물을 통해 회자되다가 시화집, 시선집, 야담, 소총 등으로 정착된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컨버전스 콘텐츠로 기생은 융합 콘텐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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