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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헐리우드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필름 느와르(noir)의 걸작 ‘대부(代父, The Godfather)시리즈’의 완결편 ‘대부Ⅲ’에 보면 나이 든 돈 마이클 꼬레오네(알 파치노)가 그의 범죄조직을 합법화하기 위해 바티칸과 제휴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바티칸과의 제휴를 위해서는 조직의 보스인 돈 마이클 꼬레오네의 고해성사가 필요했다. 바티칸의 추기경을 찾은 꼬레오네는 오랜 망설임과 설렘 속에 이윽고 고해성사를 결심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범죄조직을 이끌었던 마피아의 대부가 고해성사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참기 어려운 가슴의 통증과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마침내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만다.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죄책감으로 몸부림치면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그의 고해성사였던 셈이다.
그러나 돈 마이클 꼬레오네의 고해성사를 집행했던 추기경이 교황에 오른지 얼마지 않아 바티칸 내부의 불순세력들에 의해 타살되자 그의 고해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꼬레오네는 다시 피비린내 나는 범죄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외동딸을 잃는 아픔까지 겪은 그의 여생은 허망한 범죄자의 말로가 되고 만다.
이 영화를 통해 새삼 확인하는 것은 죄를 지은 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고해성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수많은 회한과 번뇌, 그리고 끝없이 솟아오르는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며 오로지 죄를 뉘우치려는 강한 의지를 갖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힘든 일임도 확인하게 된다.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도 고해성사가 하나의 화두로 등장했다. 기업으로부터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과 당선 후 대통령 측근에 전달된 당선축하금의 일부가 드러나자 정치권이 너나없이 고해성사를 해야된다거나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의 고해성사는 정치적 수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진정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며, 고해성사의 진정한 의미조차 모르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고해성사 뒤의 사면까지 스스로 언급하는 것을 보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고해성사란 본디 종교의식으로 고해성사를 통한 죄의 사함은 통회하는 신자의 죄 고백을 들은 사제가 사죄경을 선언하면서 십자를 그어 죄의 사함을 베풀어 줌으로써 이루어진다. 또한 그에는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즉, 참회자의 죄에 대한 성찰, 통회, 결심, 고백, 보속이 그것이다. 자신이 범한 모든 죄를 될 수 있는대로 자세하게 알아내는 것(성찰), 죄를 뉘우치며 아파하는 것으로 다섯 가지 요소중 가장 중요한 조건(통회),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결심), 고해성사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사제 앞에서 반성한 죄를 고백하는 것(고백), 마지막으로 범한 죄에 해당하는 벌(보속)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고해성사론’에는 다섯 가지 요소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충족되는 게 없다. 이는 정치권의 고해성사론이 다시한번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얼렁뚱땅 현재의 위기를 넘기려는 얄팍한 술수일 뿐임을 증거한다.
하물며 참회의 눈물까지 흘리며 진정으로 고해했던 ‘대부’의 꼬레오네조차 끌어오르는 복수심을 극복하지 못해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고 마는 것을 보라. 진정한 고해는커녕 그저 세치혀로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양심마져 속이려 드는 우리 정치권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첫째, 남을 탓하거나 남의 허물을 들추려 하기보다 자신의 잘못부터 깨끗이 인정할 것. 둘째, 17대 총선을 치루기 전에 선거관련법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칠 것. 셋째, 청와대, 여·야 할것없이 정치권 모두가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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