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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정당공천제와 수요자 정치

 

행정학에서 ‘티부의 가설(Tiebout hypothesis, 1956)’이라는 게 있다. 일명 ‘발에 의한 투표(voting with the feet)’로 설명되는 이 가설은, 주민들이 각각의 선호에 따라 지역 간에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스스로 지방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들이 내는 세금과 그들이 제공받는 공공서비스의 비교 평가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지방정부의 공공재 공급의 적정규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티부의 가설이 외부효과를 배제하고 주민들의 완전한 정보소유와 완전한 이동성 등의 전제조건들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지방자치시대에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봄직하다. 앞으로 지방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민주당 지도부에서 지방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하여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하였다. 그 동안 많은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의 하나로 여야 유력 대선후보가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사항이기도 하다.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당원의 67.7%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을 하였고,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당론으로 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두고 많은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그 동안 중앙정치와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에게 줄서기를 통한 밀실공천 등으로 인해 지역의 역량 있는 일꾼들이 정치에 진출할 기회를 박탈하고, 아울러 선출된 지역정치인들도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주장한다. 반면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지방의회를 장악하여 지역주의가 더 심화되며, 여성이나 청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세력이 정치에 진입하기가 어려워 정치적 다원화를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득권을 가진 현직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권력만 비대하게 만들어 새로운 신인의 등장을 어렵게 하므로 정당공천제 폐지보다는 정당정치 및 공천과정의 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에서 한 가지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정당공천제 폐지냐 유지냐의 논쟁에 있어 여전히 기존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조차 ‘공급자 중심의 정치’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공천제 유무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들은 사실 지방정치의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주민의 입장이 아니라 바로 지방정치의 ‘공급자’ 입장에 서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수요자’인 주민의 눈으로 보았을 때 정당공천제 폐지 찬성은, 지역정치인들이 중앙정치의 의제에 끌려 다니면서 정쟁을 일삼지 말고 지역 민생에만 전념하려면 현행 정당공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는, 민의를 대표하는 지역정치인들이 책임정치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정당공천제 폐지보다는 제대로 된 공천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 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정당공천이라는 선출제도보다는 주민의 뜻에 부합하는 지역정치가 아닐까. 지역주민의 선호를 강조하는 티부의 가설처럼, 정당공천제도도 ‘공급자 정치’가 아닌 ‘수요자 정치’로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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