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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점심(點心)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직장인들이면 거의 매일하는 고민 중 하나다. 그러나 메뉴선택과 비용을 놓고 고심은 따르지만 짜증보다는 행복과 기대가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업무 이외에 대화와 여유를 즐길 수 있고, 직장 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은 비록 한정되어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점심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의미처럼 마냥 편한 시간이 아닐 때도 있다. 직장동료들, 특히 부서 및 팀원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 기회가 많아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나 혼자 따로 먹고 쉬려고 해도 그것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의 직장 문화가 이를 허용치 않는다.

사실 점심이 ‘세끼’의 반열(?)에 오른 것은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끼를 먹고 살았다. 영조 때 문신 조중회(趙重晦)가 45년간 관직생활을 기록한 입조일기(入朝日記)에도 조선시대 관리는 아침과 저녁 두 끼가 기본이라고 적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최소한 그 이후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원래 ‘두 끼’가 기본

끼니를 뜻하는 아침과 저녁이 순수 우리말인 데 비해 점심(點心)은 한자어다. 점심은 본래 일일이식(一日二食)을 했던 중국에서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간단한 식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출출함을 달래고 마음에 점을 찍고 넘겼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지금은 요리로 변했지만 딤섬(Dim sum)도 원래 이때 먹던 것으로, 한자도 똑같다.

조선시대 우리나라도 하루 두 끼가 기본이었기 때문에 점심은 간식처럼 간단하게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침이나 저녁에 먹는 것처럼 푸짐하게 먹었을 때는 점심이 아니라 ‘주반(晝飯)’이라고 불렀다. 궁중에서도 점심은 ‘낮것상’이라 하여 면류로 간단하게 차렸다. 그러던 것이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하루 세 끼가 정착된 것이다. 과거 농촌지역에서도 점심이라는 개념이 딱히 없었다. 농사 중간 중간 허리를 펴고 한두 번 먹는 막걸리 등 새참이 점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직장인의 점심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은 결국 무슨 메뉴를 가장 많이 선택할까. 최근 취업포털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위가 김치찌개다. 다음으로 즐겨 찾는 점심은 백반이며 뒤를 이어 된장찌개 비빔밥 돈가스 김밥 부대찌개 불고기 뚝배기 순두부 제육볶음 짜장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메뉴선택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물론 가격이다. 직장인들의 점심비용은 올해 5년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전국 평균 5천193원 하던 점심값이 2013년 6천219원까지 치솟아 최근 5년 사이 1천26원이 올랐다. 이러한 점심값의 상승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지만 그중에서 서울지역의 점심비용은 평균 6천442원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가 6천212원, 그 외 지역은 5천832원이었다. 따라서 매년 음식값의 증가로 맛과 저렴한 가격을 겸비한 효자메뉴를 찾기란 여간 힘들지 않아 고민을 더하게 만들기 일쑤다.

사정이 이러하자 그야말로 ‘간단메뉴’로 마음에 점만 찍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또 여건은 어렵지만 남는 시간을 이용,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 강의를 수강하거나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등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 ‘점심형 인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넉넉지 못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끼니가 아니라는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것 같다.

자신의 경쟁력 향상에 활용

점심 하면 금강경에 해박해 ‘주금강’이라 불리기도 했던 덕산스님의 일화가 생각난다. 어느 날 풍주를 가던 중 점심 때가 되어 요기를 하고자 길거리에서 떡을 파는 노파 앞에 앉았다. 노파가 바랑 속엔 무엇이 들어있냐고 묻자 금강경 주석서라 대답했다. 그러자 금강경에 대해 궁금한 게 있는데 스님이 가르쳐 줄 수 있겠냐고 물으며 대답하면 내가 공짜로 점심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현재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미래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고 했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心)에 점(點)하려 하오?” 덕산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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