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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인천 ‘월미은하레일’ 철거하라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뜨겁던 때다. 수원시청 앞 88올림픽공원 대로변에 국기 게양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쭉 늘어섰다.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수원을 찾은 외국 선수들을 환영하고, 지역의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였을 게다. 우리가 공공기관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중 태극기가 펄럭이는,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국기 게양대다. 이것이 착시현상마저 일으키면서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설치된 세계 유명 작가의 조각품은 물론 잘 조경된 공원을 가린 것이다. 펜스를 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수원시민이 즐겨 찾는 올림픽공원이 게양대에 갇혀버렸다.

월미도가 그 짝이다. 답답하다. 인천시가 월미도 문화거리의 관광 명물로 조성했다는 은하레일 때문이다. 수원의 국기게양대와 구조물 규모 자체가 다르다. 당초 목적이라는 월미도 관광 활성화는커녕 2~3층 높이에 레일교각이 빙 둘러 설치되면서 오히려 관광지 경관을 가로막는 거대한 흉물로 전락했다. 인천시청의 남동구 이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원도심 중구를 활성화 한다며 국내 최초로 설치된 이 도심관광형 모노레일이 준공검사를 받은 뒤 안전 탓에 4년이나 멈춰서면서 인천지역 여야 간, 시민 간 갈등의 핵심으로 작용해 왔다. 설상가상이다.

무려 850억원이나 투입됐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로서는 적지 않은 혈세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가 은하레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까. 아님 부실 준공검사에 따른 책임론 때문일까. 정쟁을 통해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서일까. 조달청을 통해 월미은하레일의 활용방안 기술조사 및 제안요청서 작성 용역을 발주한 이유는 또 뭘까. 그것도 모자라, 시민을 상대로 오는 30일까지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논리를 빼든 것일까. 그러면서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월미도 상권을 활성화 하고, 도시 발전에 부합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그럴듯한 명분마저 달았다. 포장은 그럴 듯하다.

아니다. 포장만 그럴 듯하다.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철거돼야 한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혈세가 아깝더라도, 인천시민의 명예를 다소 손상시키더라도,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더라도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나아가 관광객의 안전을 담보로 운행하려 해서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려 해서도, 월미도 상인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 레일바이크, 하늘산책로 등 차선책을 염두에 두어서도 안 된다. 더 이상 해법을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면 할수록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다.

답은 지난 6월 열린 ‘월미은하레일, 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이미 제시됐다. “소송을 하더라도 투여된 비용을 전액 회수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준공검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활용방안 접근도 어렵게 됐다.” “당초 도시축전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지 원도심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사시방서도 없는 월미은하레일은 불법 건축물이다.” “소모적 논란으로 사회적 비용과 도시 브랜드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덧씌웠다.” “탑승객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정치적 계산으로 쟁점화해서는 안 된다.” “개선에 필요한 비용 마련과 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산적한 과제다.” 맞다.

올림픽공원이나 월미도 관광지나 모두 쉼과 휴식을 위해 찾는 곳이다. 공원은 대개 인근 주민이 찾는 반면, 관광지는 외지인 방문이 더 잦은 게 특징이다. 월미도에 터 잡은 상인들이 은하레일의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도 관광객 유치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덩치만 큰,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얼마의 예산이 더 들어가야 할지 모를, 원도심 활성화와 거리가 먼, 정쟁의 도구화로 전락한 흉물스런 구조물이 가린 월미도에 관광객이 찾을 것인지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 생명을 다한 수원시 국기 게양대는 이미 철거됐다. 올림픽공원은 이후 제 모습을 찾았다. 물론 게양대와 은하레일은 예산 규모가 현저하다. 그렇더라도, 월미도 활성화를 위해 단 한 차례도 운행되지 못했더라도 은하레일은 철거돼야 한다. 월미도 활성화를 위해서다. 월미도는 관광지이지, 놀이공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미도에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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