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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상품 ‘인삼’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상품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휴대폰, 김치 등으로 생각하겠지만 그 시초는 인삼이다. 인삼은 고대 동양에서 귀한 약재로 인식됐으며, 특히 우리나라 고려인삼은 뛰어난 약성으로 공물이나 선물로도 활용됐다.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위(魏), 수(隨), 당(唐)나라와의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된 귀한 물품이었다.

일본에서는 17세기 조선인삼을 수입하기 위해 특별 제조한 은화가 있었는데, 이는 일본 내에서는 통용되지 않았고 오로지 조선인삼 무역에만 사용토록 했다. ‘인삼대왕고은’(人蔘代王古銀)이라는 화폐(길이 10cm, 무게 210g, 순도 80% 은)로 일본 동경은행의 화폐박물관에 남아 있다.

서양에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인에 의해 처음으로 고려인삼이 서구에 소개됐으며 하멜(Hamel)의 ‘조선표류기’에도 조선 특산물로 인삼이 기록돼 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자연주의 철학자 루소, 러시아의 대문호 막심 고리키도 인삼을 애용했다고 한다. 또한, 이 당시 은이 풍부했던 볼리비아의 포토시(스페인 지배)에도 전 세계의 값비싼 물품이 유입되면서 조선인삼도 일본과 필리핀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에 소개됐다.

이처럼 예전부터 인삼은 한국의 독무대였다. 요즘은 어떠한가. 종주국인 우리가 인삼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세계 최대 인삼 가공제품 제조사와 세계 최대 뿌리삼 수출국은 어디일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아닌 스위스와 캐나다다. 스위스는 ‘진사나’라는 브랜드의 사포닌 캡슐제품으로 막대한 시장(연 3억 달러)을 점유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인삼 수출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산 인삼을 최초로 아시아에 알렸으며 막대한 연구투자와 제품개발로 세계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캐나다는 최근 인삼 수출에서 세계 1위로 생산·품질개선·효능 연구에 집중해 대학 및 기업체와 공동으로 관련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인삼 재배면적으로는 1위이나 생산기술 낙후, 품질 불균일 등의 이유로 저가형 인삼으로 평가돼 왔다. 최근 저렴한 생산비에 더해 품질관리에 집중해 고품질 시장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같은 경쟁국의 약진에 비해 한국의 인삼산업은 생산농가의 경영환경 악화, 생력화의 어려움, 노동력 공급의 부족, 원료의 안정적 공급 위협, 비효율적 유통시장, 한·중 FTA 등과 같은 내·외부 환경변화에 의해 지속적 발전에 애로를 겪고 있다.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는 인삼 종주국의 지위를 탈환할 수 있을까?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함께 부가가치 향상 기술을 갖춘 지속 가능한 인삼산업은 종주국 탈환의 필수요소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서는 관련 농업정책의 보완·개선과 함께 과학적 R&D를 통해 우량 신품종 육성 및 보급 확대, 생력 기계화, 고품질·안정생산기술 개발, 해가림 시설 개선, 부가가치 향상 및 신수요 창출기술 개발 등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생산비 절감이 가능한 기술을 농가 및 산업체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고려인삼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홍보와 명품 이미지의 지속적 유지 및 부각도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고려인삼 효능의 우수성과 승열작용의 오인식에 대한 과학적 구명을 국제공동연구(중국, 2010~2012)를 통해 입증한 후, 2012년 중국 광저우에서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고려인삼의 최대 소비처인 중국에서 우리 인삼의 성가(聲價)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각계의 노력에 의해 2011년 신설된 ‘세계인삼과학상’은 올해 3회째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 인삼연구도 장려하고 종주국의 위상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삼농가의 경영환경 악화, 수출 및 내수 부진, 이에 따른 신규재배면적의 감소로 원료삼의 안정생산이 위협받는 등 대내외 환경변화가 위험요소로 인삼산업 전반에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정책적 대응방안의 제시와 관련제도 개선, 인삼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 연구기술의 개발과 함께 관련 종사자들의 긴밀한 협력과 지혜의 합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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