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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4대강 사업과 수해

 

여주 이포보

남한강에 자리 잡은 여주 이포보로 향하는 길, 연일 계속되는 찜통 같은 무더위를 견딜 수 있는 것들을 간단하게 작은 가방에 챙기고 이른 아침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벌써 3년이 지난 일이지만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포보 위에서 40여일간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기 때문인지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 활동에 합류하기 위해서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아 보려했지만 편치 않았다.

옅은 안개에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이포보, 여주군의 상징 새인 비상하는 백로와 미래의 꿈을 백로 알로 형상화한 이포보는 지난달 22~23일 이 일대에 내린 폭우 때문인지 더욱 흉물스럽고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도착한 여주군 금사면에 위치한 이포대교 밑 백사장은 한여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휴식을 위해 가족들과 찾던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뙤약볕에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주변에 설치된 오토캠핑장도 이미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 한적하다.



부실 드러낸 4대강 현장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은 짧은 일정임에도 낙동강에서 남한강까지 강행군하며 오늘은 여주군 흥천면 복대3리와 대신면 옥촌리, 양촌리, 금사면 전북리 일대를 다니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해가 더욱 커진 현장을 조사하였다.

맨 처음 도착한 곳, 복대3리 앞 복하천 인근의 농로 기능을 하던 다리는 완전히 무너진 채 처참한 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원인과 수해피해를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공교롭게도 바로 아래 작년에 무너져 새로 만들어진 다리를 가리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해가 줄어들었다며 역설하는 사람이 초라해 보였다. 옥촌1리 옥촌저수지, 제방은 마치 폭격을 당한 것처럼 붕괴되어 저수지의 모습은 겨우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뿐 상상만 하더라도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가뭄이 찾아온다면 애써 키운 농작물은 하늘을 원망할지 모른다. 또한, 양촌리 일대의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야산처럼 방치된 준설토는 마치 큰 벼락이나 맞은 듯 한가운데가 쩍 갈라져 보기에도 위험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준설토는 바로 옆 새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넘어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둔치 위에 쌓이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9월 군에서 시로 승격될 여주는 또 다른 곤란에 처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그 관리는 여주가 맡게 될 것인데 재정적으로 허약한 지방정부가 과연 수십억원에 달하는 관리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금사면 전북리의 용담천에 위치한 전북교, 여주와 양평을 잇는 작은 다리다. 다리는 받치고 있는 구조물 중 하나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는 생계를 잇기 위해 견지낚시를 드리우는 사람이 있고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살아있는 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

여주 수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역행침식과 헛다리짚은 토목공사가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최근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처럼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 무리하게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만들면서 남한강 본류와 지천 사이의 수위가 달라지고 낙차가 생겨 역행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이들은 온갖 어리석은 핑계를 갖다 붙이며 그들이 범한 죄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취임 6개월이 되면서 이명박 정부와의 선긋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는 함부로 입도 열지 못하던 환경부가 “유속의 저하는 조류 증가의 원인이 된다”며 “보 건설로 유속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후과임을 인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추진했던 자들이 참여하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이들에게 그 해법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다.

여주 남한간의 수해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으로 만들어 낸 피해는 모두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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