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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덥다 더워’

 

요즘은 ‘덥다 더워’를 입에 달고 산다.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폭염의 기세에 눌려 일상의 계획조차 뒤죽박죽이다. 사람 잡는 폭염이니 한반도가 펄펄 끓는다는 등 더위를 표현하는 문구도 자극적이고 가지각색이다. 절전을 솔선수범 하느라 에어컨을 켜지 않은 사무실은 흐르는 땀을 주체 못할 정도다. 밤이면 더하다. 30도 가까운 열대야는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린다. 여기저기 사망소식도 들린다. 뙤약볕 아래서 밭일하다, 비닐하우스 작업하다, 실외 공사장에서 일하다, 등산하다 10명 가까운 생명이 스러졌다. 때문에 농촌에 부모를 둔 자식들은 밖에 나가지 말라는 당부의 전화를, 부모들은 대처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염려의 전화를 주고받는 것이 요즘이다. 날씨가 부모 자식 간 뜸했던 연락마저 자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럴수록 우릴 시원하게 하는 그 무엇이 없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청량제는 어디에도 없다. 살림살이를 들여다봐도 그렇다. 새 정부 들어서 좀 나아지려나 기대했던 월급쟁이들은 오히려 날씨보다 속이 더 끓는다. 경제도 나쁘고 수입도 늘지 않는다면 지출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내야하는 세금마저 늘어나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래저래 열 받을 수밖에 없다. 비교적 연봉이 적은 봉급생활자의 노여움은 심상치 않다. 내용도 ‘내가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가 아니라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버는 고액연봉자와 변호사나 의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가 주류다.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불만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또 지금도 유리지갑인데 그곳에서 세금을 더 빼내간다니 과연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사정을 알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개탄하고 있다.

구스다운이나 사 입으시죠

그런데도 책임자는 이 더위에 거위 깃털 뽑는 얘기를 꺼내며 당위성을 피력해 열 받은 월급쟁이들을 더 열 받게 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선 ‘손님 당황하셨어요. 구스다운이나 사 입으시죠’라는 비아냥 섞인 유머도 생겨났다. 정부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개최되고 있는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이러한 반감을 가진 회사원과 자영업자, 노인 심지어 가정주부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개최된 집회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최 측은 시민 6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습한 날씨였지만 그 열기는 폭염 이상이었다.

공전국회, 민생법안은 실종

날씨만큼 끓는 민심의 뜨거움을 알아서일까, 그제 세제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한번 데워진 마음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한쪽에선 발표하고 또 다른 곳에선 질타하고, 손발이 맞지 않는 당·정·청(黨·政·靑)의 엇박자를 보는 국민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세제개편 수정안에 거는 기대도 그리 크지 않다.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다.

정치권을 둘러보아도 시원한 구석은 아무것도 없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댓글 국정조사의 파행을 내세우며 장외투쟁에 나서 천막을 치고 거리정치를 시작했지만 얻어지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뙤약볕 천막 아래 모여 여당과 정부를 성토하고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오히려 보는 이들의 체감온도만 높이고 있다. 세제개편안이라는 악수를 두는 바람에 장외투쟁의 호재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원점 재검토’라는 이슈에 묻혀 그마저도 3일 만에 시들해져 버렸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국정원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대선 불복에 동참하는 것으로서 삼류국가에나 볼 수 있는 거리집회라고 폄하하며 협상의 통로마저 닫고 있다. 입으로만 돌아오라고 외치는 여당과 이를 외면하는 야당의 이 같은 기싸움으로 인해 민생법안을 다루는 국회는 텅 비어있다.

공공기관은 요 며칠 대정전을 막기 위해냉방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우나’ 속 업무를 보기도 했다. 비록 예고된 단전이었지만 생각만 해도 더위로 인해 지치고 힘든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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