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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부·공공기관 지방이전 원칙 지켜라

 

얼마 전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지인이 마음속의 고민을 토로했다. 일터가 세종시로 옮겨지면서 이주를 해야 할지, 출퇴근을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주를 하자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이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가족들이 극구 만류하고, 출퇴근을 하자니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그는 하는 수 없이 ‘두 집 살림’을 하기로 결심했다. 가족들은 수원에 남는 대신 자신이 현지에 집을 얻어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신풍속도다. 서민들에겐 소위 ‘가진 자들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으나 당사자들은 물론 국가적인 당면 과제다.

 

노무현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행정복합도시(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시행 10년째를 맞았다. 명분은 국토균형개발과 통일시대의 대비로 함축된다.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집중을 해소함으로써 선진국형 국가형태를 갖추는 시발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비판도 상당했다. 중앙행정부서 및 헌법기관들을 한 군데로 몰아넣는 것은 국토균형개발이 아니라 제2의 수도권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며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통일시대에 대한 비전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행 초기 ‘신행정수도 이전’이란 표현으로 ‘천도(遷都)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 비효율성’을 내세워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거나 수정 시도가 있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 고수 등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세종시가 출범한 지도 1년이 지났지만 공무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버스 빼고는 전무하다시피 한 인프라 미비가 가장 큰 요인이다. 최소한 10년은 돼야 모양새가 갖춰질 것이라 이해하면서도 정부의 대책 없는 이전을 위한 이전에 진저리를 낸다. 그래서 미군기지 이전 시 가장 먼저 행하는 사업들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택을 비롯해 야구장, 골프장과 푸드 코트 등을 먼저 조성한다. 그리 대단한 그 무엇도 아니다. 놀고, 먹고, 자는 생활의 기본 여건이 마련돼야 정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극히 상식과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길게는 수십 년 닦아온 삶의 터전을 누가 버리고 싶겠는가.

 

이런 와중에 세종시 건설 취지에 역행하는 ‘수도권 회귀’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비난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4월 국무조정실(국무총리실)이 서울청사 규모를 확대하고 사실상 ‘재입주’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 조직의 정점에 있는 국무조정실의 서울 U턴은 다른 정부부처에도 악영향을 미쳐 세종시의 정상적 건설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과천시의 경우 정부청사 이전으로 인한 공동화 우려로 시장과 국회의원이 앞장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상인들은 지역상권 붕괴에 대한 정부지원 요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7개 부처 12개 기관 6천500여명이 근무하던 과천 정부청사는 올해 말까지 6천200여명이 지방으로 이전이 예정돼 외식업소를 비롯한 지역상권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같은 반발은 잦아들고 부동산 가격까지 반등하며 과천지역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알고 보니 새 정부의 ‘공룡부처’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등 5개 기관 1천700여명이 과천청사에 새로 입주하는 등 내년까지 모두 14개 기관 5천500여명의 공무원이 상주 근무를 하게 돼 기존 공무원 규모의 85%까지 회복된다는 것이다.

 

일단 전 시민이 한마음으로 결집해 ‘과천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지역의 공동화를 최소화 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정부를 믿고 기다려 온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의 반발이 문제다. 당초 신설되는 미래부 청사는 세종청사에 배치하기로 돼 있었다. 정부가 ‘행정도시특별법’을 무시하고 꼼수를 부려 세종시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며 재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지역의 피해를 막으려다 또 다른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원칙과 형평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세종시 건설 원안을 어기고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다. 정부 및 공기업 지방이전, 꼼수는 안 된다.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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