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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매트릭스3'= 3:364?"
'매트릭스3-레볼루션'이 5일 전국 364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는 320개의 '매트릭스2'나 '터미네이터3'에 앞서는 최고기록. 좌석 수로 따지면 10만250석에 이른다.
364라는 숫자는 지난달 31일 현재 확보된 스크린 수로 주말인 1∼2일을 지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스크린 수를 1천개(2002년 12월 기준)로 보면 열에 서넛은 '매트릭스3' 간판을 내거는 셈.
'매트릭스3'는 논쟁의 여지 없이 많은 영화 팬이 학수고대해 온 화제작이다. 270일 동안 3억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수많은 관련 서적과 마니아를 양산해내며 '문화현상'으로까지 칭송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한국영화 '선택'도 몇 가지 면에서 '최고'라는 말을 듣고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고, 홍기선 감독이 첫 작품 이후 충무로에 계속 있으면서도 작품을 내놓지 못한 12년이라는 세월도 꽤나 긴 시간이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해 본 영화 중 최고로 감동적인 영화"라며 감상을 밝히는 관객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영화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저' 수준의 흥행을 기록할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의 흥행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선택'은 지난달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이 뽑은 PSB관객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선택'을 첫주 주말에 상영한 극장의 스크린은 서울 5개를 합쳐 전국 20개. 이마저도 서울의 경우 예술영화전용관인 씨네큐브나 씨어터2.0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차상영(일일 상영회차 중 일부만 상영)됐다. 개봉 1주일째를 맞은 1일부터는 서울 2개, 지방 1개관에서만 상영하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 영화의 재상영 운동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 '동감'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영화의 홈페이지(www.45years.com)에 남긴 글에서 "너무 탄탄한 영화인데 오전에만 상영을 하고 있다"며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왜곡된 상업주의 때문에 영화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긴 듯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상업예술인 '영화'에서 흥행성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 하지만 개봉영화 극장잡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관객의 볼 권리나 다양한 영화의 제작,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극장 흥행의 성패가 작품 자체보다는 마케팅과 상영관 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 `좋은 영화는 관객이 알아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나 `작품성이 흥행 성적에 직결된다'는 고지식한 믿음은 환상에 가깝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같은 영화를 한 극장의 여러 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중복상영과 교차상영 등 바람직하지 못한 상영 관행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복상영이 허용되다보니 작은 영화에도 상영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순기능이 전혀 발휘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작은 영화의 보호를 위해 이를 규제할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2주일 동안 새로 간판을 내건 영화는 모두 19편. 전국 220개씩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흥행 호조를 보여온 '황산벌'이나 '위대한 유산'은 5일 `매트릭스3'가 364개 스크린을 점령하더라도 기존의 70~80% 가량으로 스크린 수를 유지할 계획. 이날 선보이는 한국영화 '영어완전정복'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영관 규모를 잡고 있다.
그렇다면 그 외 영화들은? 고래 싸움에 밀려나 허무하게 간판이 내려지는 영화의 관계자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고 원하는 영화를 보려던 '취향 독특한' 관객들은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선택의 권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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