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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상복(喪服) 못 벗는 사회복지

 

24일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지방직 9급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9천200여명을 뽑는데 16만3천100여명이 응시, 1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는 9월7일 시험을 실시하는 서울시는 약 1천300명 모집에 11만이 넘는 공시족이 몰렸다. 경쟁률 85.1대 1.

대부분의 언론이 사회복지직 경쟁률이 높다는 데 주목했다. 1천500여명 선발에 3만2천600명가량이 지원해 평균 27.1대 1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술직(9.5대 1)보다 높은 건 물론이고, 일반 행정직(20.7대 1)보다도 높다. 서울시 사회복지직은 300명 모집에 1만2천명 정도 응시해 39.9대 1이나 된다.

사회복지직 경쟁률이 뉴스거리가 된 건 올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비보 때문이다. 지난 1월 용인을 시작으로, 2월은 성남, 3월엔 울산, 5월엔 논산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4명 모두 지나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논산의 공무원은 이런 유서를 남겼다. “나에게 휴식은 없다. 사람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만 쌓여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애도되지 않은 그들의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직 공무원 공채에 이토록 많은 응시생이 몰린 이유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보수와 근무조건이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공무원은 그래도 선망의 대상이다. 게다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사회복지 관련학과 졸업생 수는 현장의 수요를 크게 웃돈다. 그러니 ‘살인적 업무량’은 나중 문제다. 일단 붙고 보자는 젊은이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이래서 한숨, 저래서 한숨이 절로 터지는 얘기다.

더 안타까운 점은 4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목숨을 내던졌어도 현실은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맡겨 얻어낸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적정 인력규모에 비해 약 7천명 부족하다. 부랴부랴 올해 채용 규모를 약간 늘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3천900명 모자란다. ‘살인적 업무량’이 줄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기초생활보호자 등 복지제도 수급자격을 조사하는 업무를 진행한다고 하자. 툭하면 무자격자가 복지 혜택을 받는데도 걸러내지 못한다고 뭇매를 맞곤 하는 업무다. 그런데, 국세청 등 18개 관련 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50여종의 자료를 가지고, 서류조사 현장조사만 하는 데 무려 15주, 일수로는 꼬박 89일이 필요하다. 그것도 주말 근무를 반납한 채 일을 해야 겨우 그 시간에 끝낼 수 있다.(경향신문 8월20일자)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통계를 하나 더 살펴보자. 충남 아산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해 보니 50%가량이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0년 미만 근속자는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이 무려 60%를 웃돌았다. 불안 우울 지수도 30%에 육박한다.(온양신문 8월23일자) 경기도와 인천시 복지 공무원이라고 크게 다를 리 없다.

언제까지 몇 명이 더 죽어야…

지난 3월 세 번째 자살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대통령이 직접 “정말 안타까운 일”,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최근에도 사회복지 공무원을 7천명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근무조건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잇따른 자살사건 이후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사회복지계 전체가 지난겨울부터 입고 있는 상복(喪服)을 여전히 못 벗고 있는 것이다.

‘살인적 업무량’에 희생된 저들의 죽음은 진심으로 애도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혀를 찼지만, 정작 책임 져야할 당국은 여론의 소나기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언제까지 몇 명이 더 죽어야 진정한 참회와 실효 있는 개선이 이뤄질까. 현 정부의 복지공약이 갈수록 후퇴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한 게 아닐 터이다. 복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다면 이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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