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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탈산업화 시대의 지역사회 위한 정치경제학

 

지금 세계는 산업화 시대를 넘어 창의적인 지식과 역동적인 창조과정을 전제로 하는 이른바 ‘탈산업화’ 시대로 진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세계적 차원의 대전환 흐름에 맞춰 지역사회의 논리는 어떠해야 하며 또 어떠한 방법과 패러다임으로 발을 맞춰야 하는지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일국의 기존 지역사회가 국가의 중앙 주도적 산업화 전략에 정합적인 형태로 호응해 왔다면, 이젠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되어버린 탈산업화 경향에 걸맞은 지역사회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화 시대의 지방자치제는 일국의 ‘토건국가’적 경제정책 기조에 맞춰 방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대형 공공사업을 일으켜 왔다. 이로 인해 도시의 양상은 획일화되어 그 고유의 지역적 특색을 상실했으며, 또 공공사업 이외의 고용창출 수단 역시 부재했다. 결국 산업화 시대의 지역사회는 ‘생활의 장’으로서도 매력을 잃고 또 황폐화됐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지식주도형 창조경제 체제로 진입한 지금은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 인프라에 투자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과 환경, 그리고 복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시대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탈산업화적 투자를 통해 지역사회 재생에 성공한 선진도시의 사례를 짚어봄으로써 그 중심적인 산업 및 공공 서비스 등의 양상과 작동방식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또 이러한 작업을 통해 향후 우리 지역사회가 재정 및 정책 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공업사회로부터 탈각해야만 하는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공업사회 그 자체의 글로벌화’ 현상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공업사회의 글로벌화는 전 세계를 넘나드는 다국적기업에 의해 주도되어 왔는데, 이들은 자본을 유치하여 어떻게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던 전 세계 각지의 도시에 대해 자본투자를 명분으로 해당 도시의 산업 관련 조건 개선을 요구해왔다. 또 도시는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와 정합적인 환경과 제도를 갖추기 위해 주력해왔다. 이 같은 다국적기업과 각 도시 간의 상호작용과 또 공업사회의 글로벌화 추세에 의해,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각국의 대도시를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의식이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조의 연속선상에서 우리 역시 수도권 일극집중화라는 기형적 현상을 심화시킴으로써, 지방은 점차 쇠퇴해버리는 형국과 마주하게 되었다. 게다가 다국적기업과 같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이 급증함으로써, 지역사회는 보다 더 쇠퇴해졌다. 바로 이 같은 지역사회의 심각한 황폐화 문제로 인해 이제 공업사회를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 던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업을 대체할 수 있는 정보, 지식, 환경, 복지 산업을 진흥시켜 지역을 재생해야 하며, 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 틀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유럽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 개념이 지역사회 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명제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의 지속가능성이란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인간자본적, 복지적 측면 등 산업화 시대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오염된 대기를 정화시키기 위해 시민들에 의한 공동사업으로 차세대 노면전차(LRT)를 부설하여 자동차의 시내 진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그 결과, 이 도시는 자연환경을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노면전차는 노인들이 타고 내리기 쉬운 복지인프라로 작용했으며, 또한 차 없는 공간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활성화된 시민들의 축제 이벤트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결국 재래상권에서의 소비까지 늘어남으로써 지역경제마저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도시에도 이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행정기관과 지역시민이 일체가 되어 정책안을 갈고 닦아야 한다. 시민은 ‘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정 주체는 우리 국내 차원을 넘어 글로벌한 의견 교환의 과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지역도시를 보다 활성화시켜 진정한 ‘명품도시’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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