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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함께 고민해야 할 다문화사회

 



50년 전 오늘(28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 링컨 기념관 광장에 모인 수십만 군중 앞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로 흑백 차별이 없어진 세상을 역설했다. 워싱턴 평화대행진이 열린 이날 킹 목사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외침으로 미국 흑인 인권운동은 새 지평을 열었고, 미국의 인권법(1964년)과 투표권법(1965년)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연설문 원고에는 이런 구절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킹 목사가 링컨메모리얼 앞 연단에 올라섰을 때 기독교 복음성가 가수인 마할리아 잭슨이 무대를 향해 “마틴, 저들에게 꿈에 대해 말해 줘요”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킹 목사는 곧바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스스로 증명해 보일 때가 올 것입니다”라며 즉석에서 거침없는 연설을 이어갔다. 이런 사실은 당시 킹 목사의 연설문 초안을 작성한 클래런스 존스(82)가 얼마 전 미국 CBS방송에 나와 내용을 공개해 화제가 됐었다.

흑·백·황이라 불리는 미국의 인종적 다양함은 세계 최대다. 따라서 많은 다문화가 공생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인종이나 민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에 관한한 자유와 평등이 법적으로 잘 보장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킹 목사의 열정과 노력, 희생의 결과다.

인종·종교적 문화충돌 심각

미국은 이질적인 문화를 보유한 집단은 어느 사회에서든 평등하게 대우받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다문화주의도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데 역점을 둔 다양한 법규들도 상세히 마련되어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인권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에서 해마다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학생교칙에는 인종과 관련한 욕설을 가장 큰 위반으로 규정하고 바로 퇴학까지 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유럽의 대표적인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는 영국·프랑스·독일은 최근 들어 인종적 종교적 갈등과 문화충돌이 매우 심하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정체성 혼란과 갈등이 예상외의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처럼 폭동이나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저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의 다문화 인식 수준은 저급하다. 특히 자신들이 끼친 죄의식을 망각한 채 자기반성이 결여됨으로써 나타나는 자폐적 근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시대성을 역류하는 보수매파들의 움직임이 이를 더욱 가속화시켜 아시아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국가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해지고 있다.

다문화공용화 방안 마련해야

인구수는 32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74만3천여명, 2050년에는 216만4천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년 뒤엔 농어촌 결혼 이민 2세가 약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만도 5만명을 훌쩍 넘겼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150만명이 넘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국내 외국인 주민이 490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다문화는 어느 틈엔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심각한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다문화를 어떻게 공용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다. ‘다문화’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조차 분명치 않다. 이들은 국적이 대한민국으로 엄연한 우리 국민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은 여전해 사회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적으로도 다문화가정은 사각지대다. 반혐오법이나 인종차별금지법이 우리나라엔 없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초월하는 글로벌 경영이 기업의 생존을 가늠하는 시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순혈주의를 내세워 문화적 가치만을 고집하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인종 간 괴리도 커져 공멸에 이를 수도 있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문화정책을 검토해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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