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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옌볜(延邊), 그리고 한상(韓商)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개성상인의 피를 이어받은 대한민국 전설의 무역상 임상옥(1779~1855)이 남긴 명언이다. 정조에서 철종까지 네번의 왕이 바뀌는 동안 국제무역의 거상(巨商)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의 명언을 곱씹고 있노라면, 신묘하다. ‘장사’ 대신 그 어떤 단어를 넣어도 현대에 적용된다. 정치, 경제, 사회생활, 문화, 종교 등. 이는 ‘한 분야를 꿰뚫으면 세상 모든 이치를 통달한다’는 일관만통(一觀萬通)의 경지다. 또 있다. 그의 문집 ‘가포집’에 나오는 잠언 한 구절.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직역하면 이렇다. 재물은 물처럼 평등하고 사람은 저울같이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그는 재물 역시, 물처럼 흘러야 한다고 선언한다. 고이면 썩기 때문이다. 노자(老子)가 갈(喝)한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임상옥이 현대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최인호의 대하소설 ‘상도(商道)’가 출간되면서다. 10년 후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누적 판매부수가 400만부에 이르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니 임상옥은 사후(死後) 150년이 지나서도 가난한 소설가를 부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 셈이다. 이 소설을 맹아로 터진 문화 콘텐츠가 일본과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150년 전 국제 무역상이 후대 무역에도 영향을 미쳤구나, 생각하니 경이롭다.

일개 점원에서 동양 최고의 거상으로 성장한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전설이다. 이 전설의 피는 어디서 발원할까? 역사를 따라가 보면, 당연히 개성상인에 닿는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개성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을 섭렵했던 사람들.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인삼재배와 홍삼제조업 등을 경영했던 대한민국 대표 상인집단. 개성상인은 홈그라운드인 개성에서 상설 가게(시전: 市廛) 열고 전국을 넘어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무역에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게 상인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롤 모델로 추앙받고 있다.

이들의 상업경영에는 몇 가지 특색이 있다. 근대 상업지향의 이정표로도 인식되는 자본 축적과 축적된 자본의 생산부문 투자가 대표적이다. 현대에 이르러도 눈 빠른 거업을 성공사례로 만든 요인으로 손꼽히는 R&D(연구개발)를 이미 실천했던 것이다. OECD는 R&D를 단순히 연구개발을 넘어 ‘인간·문화·사회를 망라하는 지식의 축적 분을 늘리고 그것을 새롭게 응용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조적인 모든 활동’이라 정의한다. 고려나 조선시대에 OECD가 있었다면 총본부는 당연히 개성에 있었을 듯하다.

그 피를 이어받은 전 세계 한상(韓商)들이 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서 동북 3성 최대 규모로 한민족 경제네트워크의 장(場)을 열고 있다. 공식명칭은 ‘제9회 중국 옌지·두만강지역 국제투자무역박람회’다. 장소는 주도인 옌지(延吉)시 옌지국제컨벤션센터.

지린성 상무청과 무역추진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옌지시 정부가 주관한다. 올해에는 150개 한국 기업 등 모두 450개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식·약품, 기계설비, 전자, IT, BT, 목재, 방직, 의류 등의 부스가 마련돼 있다. 수·출입, 중국투자, 무역 등에 관한 상담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기신문 자매지인 연변일보 관계자는 귀띔한다. 또 옌지시예술단의 환영 공연이 볼만했으며 제9회 한·중 벤처포럼과 룽징(龍井)·투먼(圖們)·백두산 관광 등을 위한 문화·학술행사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고 소식을 더했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20개국에서 1천여 한상(韓商)과 중국 내 1만여 바이어가 교류와 비즈니스를 펼친다니 옌볜이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도 중국 정부의 창춘(長春)~지린(吉林)~두만강 개발정책에 힘을 입기 때문에 그렇게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족인 강호권 옌지시장도 한민족이라는 공감대가 중국에서 사업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하도록 전 세계 한상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놓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이 기회에 경기·인천지역 중소기업인들도 언어가 통하는 옌볜지역을 도모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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