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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문화융성과 문화정책

 

요사이 인문학자들이 많이 바빠진 듯하다. 새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제시하고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여러 부처에서 정책개발을 위한 회의와 세미나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물론이고, 인문학과 전혀 상관없는 듯 느껴졌던 국토교통부조차 도로와 같은 국가기반시설 건설 시 인문학적 접근을 하겠다며 회의를 열고 있으니 인문학과 관련된 논의가 얼마나 많이 개최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면서 걱정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정책을 개발하면서 성과를 중시한다. 그런데 100년을 내다보고 한국문화의 새로운 틀을 짜고 한국문화를 융성시켜야 할 문화융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간과 협력 하에 추진해야할 인문정신문화 진흥정책에서조차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한 접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서다.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문화예술 창작 및 창의성 진흥, 한류 진흥과 문화·산업의 융·복합, 문화환경 조성 등 문화적 가치의 확산을 위한 정책이 당연히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한국문화에 대한 역사적이고 거시적인 접근, 한국문화가 역사적으로 도달해야할 지점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일이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조선시대까지 문화를 기반으로 역사를 발전시켜 왔으나,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식민지로 전락했다.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이후 한국사회는 산업화에 성공했고, 논자에 따라 도달 수준에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화도 이룩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한국 문화가 한류의 이름으로 해외로 뻗어 나가는 것을 한국인들은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아직 분단사회이고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빠른 속도로 글로벌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문화도 이에 맞추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이 이러하다면 문화를 융성시키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전통문화를 우리시대 핵심적인 문화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역사에서 전통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유교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교를 지나간 시대의 낡은 고물 정도로 생각하고 버려할 유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유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버리면서 어떻게 전통문화를 논의할 수 있는가. 유교를 현대적으로 철저히 재해석하고 우리시대와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버려서 우리시대의 중요한 문화자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에 대비한 문화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경기도는 분단의 현장이자 통일의 길목이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북한 주민이 서로 섞여 살게 될 것이다. 그때 북한 사회 주민들은 남한 사회 중 어디로 많이 모여들 것인가? 필자 판단에는 북한에서 가깝고 도시가 발달되어 일자리가 많은 경기도로 몰려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 경기도민들은 통일이 되면서 겪어야 할 우리사회의 과도기적 혼란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통일 이후 한국문화를 준비한다면 지금부터 이 문제에 대한 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경기도내 새터민들이 우리 공동체 내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책, 그리고 경기도민들의 노력이 당장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 경기도와 국방부가 부담스러워 했던 6·25전쟁 당시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이 묻혀있는 적군 묘가 이제 중국과 우호 협력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분단과 관련된 일들은 어느 한순간 부담스러운 존재에서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변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경험했다. 2018년은 경기 천년이 되는 해이다. 향후 경기도가 경기 천년 사업을 추진할 때 남북 공동으로 추진한다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훌륭한 정책이 될 것이다. DMZ 내의 대성동과 기정동을 남북 간에 서로 개방하고, 대성동 내에 있는 공회당을 남북 예술인들의 공동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 글로벌 사회에 걸맞은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이주한 노동자와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할 것이고, 조선족과 고려인 등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 대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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