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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경기도 재정위기는 예고된 인재(人災)다

 

(사례 1) 주부 김모씨는 작년 12월 홈쇼핑에서 그토록 갖고 싶었던 해외 명품가방이 세일가로 방송되는 것을 보고 구매를 망설이다가, 매년 초 남편의 직장에서 100만원 정도의 연말정산 환급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남편에게 상의도 없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일시불 결제를 하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로 올해 남편의 연말정산은 환급금이 나온 게 아니라 오히려 50만원을 반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김씨는 올해 초 카드비와 줄어든 수입으로 인해 생활비 걱정을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례 2)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는 내년도 가계살림 운영을 위해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점포가 경기가 좋지 않아 내년에 수익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였다. 일단 올해 기준보다 10% 정도 수익이 적게 들어온다는 가정 하에, 내년에 지출해야 할 비용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 결과 전세자금 대출이자, 아파트 관리비, 식료품비, 두 자녀의 학비 및 학원비, 재형저축 및 각종 보험료 등을 필수적으로 지출할 비용으로 산정하고 남은 여유자금에 대해서는 추가 적금, 외식비, 문화생활비, 체력단련비를 지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 상반기를 정산하여 올해보다 수익이 늘어난다면 늘어난 수익의 50%에 한해서 집안의 오래된 가전제품을 하나씩 교체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안정된 가계살림을 위해서 사례 1과 같은 무책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례 1에서 주부 김씨가 그토록 명품가방을 가지고 싶었다면 남편의 연말정산이 예상대로 환급된 후에 남편을 설득하여 구매를 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례 2는 일반적으로 대부분 가정에서 살림살이를 꾸리는 정석에 해당한다. 만일 사례 2에서 필수적으로 지출해야할 학비나 관리비 등을 계상하지 않고 먼저 헬스 회원권을 구입하거나 해외여행 을 즐기고, 나중에 운이 좋아 수익이 전년보다 더 증가하면 학비나 관리비를 지출하겠다고 계획을 세운다면 제정신이 아닌 가정일 것이다.

이처럼 한 가정도 가계살림을 꾸릴 때 꼼꼼히 따져보고 계획을 세우는데, 지금 경기도의 재정운영 모습을 보면 한 가정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도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지방세수 결함과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비 부담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번 추경에서 3천800억원의 사업비에 대해 감액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재정위기 상황에 대해 의회가 그 원인을 추궁하자, 경기도는 세수결함 4천500억원을 포함하여 1조5천억원의 재정결함이 존재한다고 결국 시인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는 올해 작년도분 결산이 끝나기도 전에 미리 순세계잉여금이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약 1천400억원을 선 집행했다가 순세계잉여금이 예상에 못 미치자 고스란히 결손으로 남았다.

사례 1에서 본 것처럼 연말정산 환급을 믿고 미리 신용카드로 당겨 쓴 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더 어이없는 일은 반드시 지출해야 할 필수경비 중 일부를 작년도 본예산에 계상하지 않고 올해 재정상황이 나아지면 집행할 속셈으로 알고도 누락시킨 예산들이 7천2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사례 2와 견주어보면, 학비와 관리비를 잡지 않고 미리 해외여행 가고 골프채부터 바꾼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이번 경기도 재정위기는 외부환경 탓이 아닌 경기도의 무사안일한 재정운영이 낳은 인재(人災)다. 경기도는 부동산 경기 위축이나 복지비 증가 등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보수적인 집행계획을 세웠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행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오늘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경기도의 재정지원을 받는 일선 시군과 경기도교육청은 현안사업의 집행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를 보는 경기도민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경기도는 남 탓을 하기 전에 건전하고 책임 있는 재정운영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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