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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또라이 제로조직

 

열흘 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향해 “80년대에도 저런 또라이들은 없었다”고 비판한 보도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틀 후 출근길에 틀어 논 라디오에서 직장 내 또라이들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이틀 사이에 공개적으로 ‘또라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접한 것이다.

사실 또라이 하면 비속어로서 제 정신이 아니라 좀 모자라는 사람을 욕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족 간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도 공공연히 사용하는 말로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안다. 비상식적인 생각과 사고로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 우리사회와 직장에는 너무 많다는 반증적 얘기도 된다.

2007년 ‘또라이 제로조직’이라는 책이 뉴욕 타임스와 미국, 프랑스, 독일의 아마존에서 경제경영 부문 장기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적이 있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 공과대학 경영과학 전공 교수가 지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돼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 직장인들의 필독서로 인기가 높다.

회사와 주변인들에게 나쁜 영향

어느 회사나 조직이든 행동과 사고방식이 이상한 직원은 있게 마련이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손해를 끼치지 않아 쉽게 해고당하지도 않는 그들은 잘난 척하고 멋대로 횡포를 일삼아 직원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윗사람에겐 잘 보여 승승장구한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부하직원들을 괴롭힌다. 아울러 그 상사가 어떤 시스템의 객관적 테스트에 의해 관리자가 된 것이 아니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엄청난 상처도 입힌다. 뿐만 아니다. 어찌하다 운 좋게 학맥과 연고로 좋은 줄을 잡거나 조직의 급격한 변화로 관운이 따라 그 직위에 오른 것이라면 제동이 어렵다. 이 책은 이러한 부류의 사람을 ‘또라이’라 규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대로 뒀다간 결국 회사와 조직을 와해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알아채는 방법에서부터 그들을 관리하는 비법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그중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회사 내의 골칫덩이인 일명 ‘또라이’ 상사나 직원들을 구별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수치심을 주거나 기를 꺾는 사람,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지를 늘 확인하는 사람이면 거의 그렇다고 보면 맞는다는 내용이다.

이런 ‘또라이’ 직원들이 회사와 주변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리사회에도 비슷한 군상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상식으로 가장해 사는 정치·경제 사회인도 수없이 많다.

비상식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기억

어제(1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남 전재국씨를 통해 미납추징금 1천672억원의 자진 납부 의사를 전달하고 구체적인 납부 방법 등을 담은 자진납부계획서와 이행각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이 압류·압수한 부동산과 미술품 등을 모두 매각하고, 전 전 대통령 가족이 추징금을 일정 부분 분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16년 만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씨 일가의 추징금 문제가 해결됐다. 전씨 일가는 추징금을 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법의 허점을 16년간 악용해왔다. 강제집행을 피해 수백만원을 자진 납부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일가가 분담해 밀린 추징금을 완납하겠다는 지금, 국민들은 과연 그들의 지난 행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비상식을 상식처럼 알고 살아온 그들이기에 결국 법 앞에 굴복은 했지만 아마도 앞으로 살아가는 여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전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씨 일가는 비상식적인 생각과 사고로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그런 사람으로 국민의 뇌리에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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