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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제8대 경기도의회 마지막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초선의 권칠승(민·화성) 의원이 선임됐다.

“이번 재정위기는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감액추경을 비롯해 긴축 예산 편성 등 경기도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겨진 예결위원장의 자리는 그의 어깨를 한없이 무겁게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예결위, 다수당·소수당 모두에게 공평한 공론의 장 만들 터…”

권칠승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을 맡기에 앞서 올 초 터진 삼성 불산 누출 사고에 대응한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진상규명 민·관 합동조사단’을 이끌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리더십에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8대 의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에다 거센 여-야 공방을 중재해야 하는 ‘중책’까지 맡아 그 어느 때보다 책임이 무거운 게 사실이다.

“의회란 곳은 이해관계를 갖고 질서 있게 싸우는 장소입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매일 싸움만 한다고 불만을 갖지만 정치인이 싸움을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단, 싸움을 하되 품위 있게, 질서 있게 싸우면 더욱 좋겠죠. 제가 할 역할이 바로 이겁니다. 여·야, 다수당·소수당들이 정당하게 싸울 수 있도록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것…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다수당 출신의 예결위원장으로서 어쩌면 가장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권 위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보다도 집행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질서 있고 수준 있게 싸우기 위해서는 정확한 팩트가 있어야만 합니다. 집행부가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면 양측이 지루한 공방만 이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특히 지금의 도의 재정난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집행부의 정보공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도의 재정 상태는 위기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기업이 파산신청을 하면 채권단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숨겨진 채무를 찾아내는 일이죠.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문제가 아니고 의회와 집행부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팩트를 갖고 여야가 힘을 모아 현 상황을 파악해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재정상태 악화 책임 물을 것”

경기도는 현재 사상 초유의 감액추경은 물론 내년도 예산 긴축 편성을 예고하는 등 어려운 재정 상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만 상황을 이처럼 극한으로 몰고 간 데 대해 집행부의 책임을 단단히 묻고 넘어가겠다는 게 권 위원장의 다짐이다.

“김문수 지사가 재정난과 관련해 본회의장에서 ‘돈이 없는데 어떡하느냐’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재정은 공동재원을 갹출하는 사회공동재원을 말합니다. 그런데 김 지사는 재정에 시장의 원리를 들이대면서 이 같은 대답을 한 것입니다. 이는 직무유기를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죠. 반드시 집행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받아낼 겁니다.”

재정을 관리하는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 ‘우선순위 설정’인데 집행부의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 권 위원장의 지적이다.

“무상급식 때문에 재정난이 일어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무상급식에 필요한 재원을 4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15조~16조 예산을 다루는 경기도가 400억원가량의 무상급식으로 재정난이 일어났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 분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권 위원장은 모든 경기도 사업들의 우선순위를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복안이다.

“모든 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보겠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담당 실무자들도 자신이 맡은 사업의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분산돼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의원들이 이를 모두 파악한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정말 필요한 사업과 덜 필요한 사업, 불필요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 무상급식 예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예산편성보다 결산에 대한 중요성 인지시키겠다”

지금까지 집행부는 물론이고 의회에서도 결산에 대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써버린 예산인데 어쩔 것이냐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권 위원장은 결산 결과를 토대로 내년 예산에 불이익을 줘 집행부가 돈을 받는 것은 물론 쓰는 것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는 계획이다.

“결산에 통과가 안 될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보려 합니다. 결산 때 걸린다는 생각이 들면 예산을 집행할 때도 긴장을 해서 하지 않을까요? 의회 역시 결산검사가 의무가 아닌 권한으로 인식을 전환해 철저한 결산검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의회 회의규칙 개정으로 당장 내년부터 7월에 하던 결산심의를 6월로 앞당겨 시행하게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이를 통해 예산 결산은 다음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4기 예결위에서는 ‘쪽지 예산’을 막기 위한 의회 회의 규칙이 개정되면서 소통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의회 회의규칙 개정으로 예결위가 소관 상임위에서 삭감한 세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 24시간 이내(국회는 72시간) 상임위 동의를 얻도록 했습니다. 이번 회의규칙 개정 이후 첫 예산심의가 이뤄지는 만큼 상임위의 동의를 얻고자 어떤 식으로 통보하고, 어떻게 동의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여야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 놈 정치적이네’ 이 말을 칭찬으로 만들겠다”

권 위원장은 누구보다 높은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었다. 바로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인식을 바로 새겨주겠다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싸움꾼, 비리·부패를 저지르는 사람,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집단 등으로 여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정치인을 싸움꾼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꼭 바꾸고 싶습니다. 정치인은 싸워야 합니다. 싸우지 않으면 정치인이 아니죠. 정치인이 정치판에서 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인 겁니다. 물론 싸우는 모습이 질서 있고 품위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저의 정치 생활 내에 정치에 대한 본질을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정치’는 인간이 만들어 낸 말 중 가장 멋지다고 감탄하는 그는 그야말로 타고난 ‘정치꾼’으로 보인다.

“‘저 놈 참 정치적이다’, 이 말이 잔머리 굴리고 얍삽한 사람에게 쓰이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정치적이란 것은 종합적인 사고를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도의원을 한 번 더 하든, 국회의원을 하든, 지자체장을 하든 정치적인 계획에는 항상 때가 있고 기회가 있고 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내년 제가 있을 자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지만 정치인에 대해 국민들이 바로 알 때까지 정치를 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결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글|김수우 기자 ksw1@kgnews.co.kr

사진|오승현 기자 os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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