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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한반도를 후끈 달군 불볕더위의 기세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그동안 더위와 싸우느라 몸과 마음은 이미 녹초가 되어 버렸다. 몸 어느 곳에서 뭔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요즘 대세인 힐링(healingㆍ몸과 마음의 치유)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9월의 여행지는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곳으로 정했다. 힐링의 기운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펼쳤다. 서울의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쭉~욱 금을 내리 그었다. 그 끝자락에 전라남도 장흥땅이 있다. 동해안 정동진(正東津)이 ‘해돋이 명소’로 이름을 알렸다면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리는 장흥은 ‘'힐링의 명소’로 유명하다. 우거진 숲과 물, 풍부한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계곡엔 맑은 물이 넘쳐난다. 천관산을 비롯해 억불산, 제암산, 사자산, 부용산 등이 휴식이 필요한 이들을 맞는다. 또 입도 확실하게 잡아줄 특별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바람의 힐링, 편백숲에서 즐기는 ‘풍욕’ 짜릿

억불산에 ‘치유의 숲’으로 불리는 편백숲 우드랜드가 있다. 우드랜드는 억불산 자락 100만㏊ 편백나무 숲에 들어섰다. 숙박시설과 산책로, 풍욕장 등이 마련된 힐링단지다.

편백나무 숲에 들었다. 한 차례 쏟아내고 지나간 소나기에 숲은 촉촉해진 편백향만이 가득하다. 맑고 상쾌하기 그지없다. 편백나무 사이를 가로질러 놓인 완만한 나무 데크를 따라 숲을 오른다. 서로 견주 듯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울창하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편백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싶다. 하늘을 덮은 나무의 녹음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은 청량하다.

편백숲군락지 정상에 이르자 오두막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비비 에코토피아’로 불리는 ‘풍욕(風浴)장’이다. 편백숲 우드랜드의 명물 중 명물이다. 숲에서 바람으로 맞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풍욕장은 개장 당시 누드 산림욕장으로 화제가 됐다. 기획 당시에는 알몸으로 숲을 걷는 것이었지만 논란 끝에 지금은 특수재질로 만든 간소복을 입고 출입한다.

풍욕장에 들면 세상과 단절된다. 체험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풍욕장 주변에 상록수를 심고 대나무로 차단막을 설치해 밖에선 들여다볼 수 없다.

‘비비 에코토피아’ 곳곳에는 쉴 수 있는 의자와 움막, 해먹 등이 있다. 곳곳에 드러난 사람들의 속살은 이곳에서 무례가 아니다. 피부도 호흡을 해야 면역력도 강해지듯 사람들의 몸은 이곳에선 ‘숨 쉴 기회’를 얻는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속살들이 드러난다. 한 줄기 바람이 불자 사람들 속살에 맺힌 땀방울이 공기 중에 흩날린다. 땀 냄새는 사라지고 모두 바람의 목욕에 넋이 빠진다.

풍욕장을 제대로 즐기는 위해 해먹에 누웠다. 순간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다. 사람들의 소리는 잦아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 소리, 새들의 지저귐만 대지에 가득하다. 하늘은 나무의 녹음으로 가렸다. 완전한 휴식이다.

광주에서 왔다는 김인숙(50)씨는 “숲에 들면 코를 자극하는 편백향도 좋고 온몸을 스치는 바람에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면서 감탄사를 쏟아낸다.

우드랜드를 나서면 편백숲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인근 평화리 ‘상선약수 마을’이다.

평화리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다. 오래된 소나무와 배롱나무(목백일홍)를 둘러치고 있는 연못이다. 연못 한가운데 노송 몇 그루가 솟은 작은 동산을 갖춘 이 연못 이름은 송백정(松百井)이다. 독립운동가로 제2대, 5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영완씨의 고조부가 조성한 연못이다.

마을에서 가장 매혹적인 공간은 연못 옆에 바짝 붙어있는 짧은 숲길이다. 이 길은 고영완 가옥으로 이어진다.

입구부터 아름드리 거목이 담장 아래서 둥치를 뻗고 있다. 둥글게 휘어지는 돌계단 주위에는 이끼와 양치식물들이 촉촉한 습기로 반짝인다. 한쪽에는 대숲이 하늘을 가린다. 낮은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줄곧 이어진다. 참으로 상쾌하고 청량한 기운이 가득한 풍경이다.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 절로 힐링이 된다.

 


맛의 힐링...입이 즐거우면 몸도 즐겁다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 한 데 싸먹는 톡 쏘는 맛의 삼합은 호남의 별미 중 별미다. 하지만 장흥에는 한우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싸먹는 색다른 삼합이 있다. 바로 ‘장흥 삼합’이다. 세 가지 모두 장흥의 특산품이다. 한우는 그 자체로도 장흥의 으뜸 별미다. 장흥 인구가 4만여명인데, 사육되는 한우는 5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청정 무공해 지역에서 자란 표고버섯 또한 장흥을 대표한다. 육질이 두껍고 맛이 뛰어난 키조개는 득량만에서 건져내 바다 내음이 진하다.

달궈진 숯불 위 불판에 한우 한 점을 올리고 표고는 수분을 머금어 탱탱한 것을 고른다. 키조개는 육수에 담근다. 고기의 육즙이 배어나올 때 뒤집어 살짝 익히다. 깻잎에 고기와 표고, 키조개를 싸서 입 안 가득 넣는다. 부드러운 한우의 담백한 맛에 은은한 표고 특유의 풍미가 더했다. 텁텁할 수도 있는 맛을 키조개의 쫄깃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감초 역할을 한다. 그래서 조금은 낯선 세 가지의 재료가 섞어내는 맛의 조화는 환상궁합이다.

읍내에 있는 ‘만나숯불갈비(061-864-1818)’는 숯불을 사용해 고기 맛은 특별하다. 불판 옆 양념장에는 냉면 사리를 넣어 먹는 맛도 깔끔하다.

된장물회는 맛보지 않으면 후회할 장흥의 명물 별미다. 초고추장을 풀어서 만들어내는 물회와는 전혀 다르다. 먹어보면 뭐 이런 맛이 다 있나 싶다.

농어나 돔의 속살, 잡어 등을 약간 익은 열무김치에 된장을 풀어 양파, 풋고추, 마늘, 매실과 막걸리를 숙성시킨 식초 등과 버무려 낸다. 원래 된장물회는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준비해간 김치가 시어 버리자 잡아 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개운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라 맛보는 사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각 식당마다 조금씩 맛은 다르지만 장흥군청 앞에 있는 ‘싱싱회마을(061-863-8555)’이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국물은 면을 말아서 먹거나 따뜻한 밥에 말아먹으면 감칠맛이 좋다.

된장물회 업그레이드 버전이 한우된장물회다. 토요장터 상설무대 앞에 자리한 ‘명희네(061-862-3369)’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한우된장물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회 대신 싱싱한 한우가 들어간다.

갯장어(참장어)를 해물육수에 데쳐 먹는 ‘갯장어샤브샤브’는 여름철에 찬사를 받는 보양식이다. 남해안 일대 갯벌에서 서식하는 갯장어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A가 풍부해 최고의 강장 식품으로 꼽힌다.

장흥 사람들이 주로 ‘하모’로 부르는 갯장어는 5월에서 10월 사이에 주로 먹는다. 뱀장어나 붕장어에 비해 가시가 많은 게 흠이지만 맛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도톰하게 살이 오른 갯장어를 촘촘하게 칼집을 내서 먼저 가시를 부드럽게 만든다. 다음 한입 크기로 자른 갯장어를 전복, 버섯, 대추, 인삼, 파 등을 넣고 끓여 만든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다. 한입 먹어본 맛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갯장어를 샤브샤브로 즐기면 진한 육수가 우러나 시원한 국물을 맛볼 수 있고 죽이나 면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소화 흡수도 잘 된다. 무더위에 지친 입맛 까다로운 이들에게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음식답다.

 

 



◇여행메모

△가는길=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동광주 나들목으로 나와 광주외곽순환도로에 올라서 29번 국도를 타고 화순 쪽으로 빠진다. 화순읍을 지나 이양면 소재지에서 장평 쪽으로 우회전한다. 다시 유치 방면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가다보면 장흥댐 쪽으로 내려가는 23번 국도를 만난다.

△볼거리=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되기도 한 소등섬은 바다 갈라짐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유치자연휴양림은 짙은 숲과 폭포, 캠핑장 등을 갖춘 장흥의 명소 휴양림이다. 또 가지산 자락의 고찰 보림사를 비롯해 비자나무 군락지를 걷는 보림사 숲길은 꼭 찾아보자. 이외에도 천관산 갈대밭과 천관문학공원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장흥 노력항에선 제주성산포항까지 뱃길이 열려있다. 1시간50분에 주파한다.

글·사진=조용준 여행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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