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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재원 없는 복지의 한계

 

지방자치단체들이 유례없는 재정난에 아우성들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무상보육정책 시행으로 이미 상당한 재정 부담을 떠안은 지자체들은 급기야 정부의 대책 없는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취득세는 지방세 중 시·도 세수의 평균 40%를 상회하는 주요 세원인데 정부에서 뚜렷한 재정보전 방안도 없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내년도 세출 가운데 시·군 보조사업과 산하기관 재정지원을 올해보다 30% 이상 줄이는 등 5천억원 이상을 ‘구조조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김문수 도지사는 “빚을 내면서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며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공무원들의 급여, 업무추진비까지 줄이는 등 고통분담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도는 올해 9천405억원의 세수 감소로 1998년 IMF 위기 이후 15년 만에 3천875억원을 감액한 추경 예산안을 편성했다. 도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부담시키는 복지예산의 증가가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이며 취득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로 다른 시·도보다 훨씬 많아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 지방 재정난을 가중시킬 2건의 정부 방침이 잇따라 터져 나와 지자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나는 지방재정을 연간 5조원 확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앙·지방 간 기능 및 재원조정방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의 축소방안이다. 재원조정방안은 취득세율 영구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분 보전을 위해 지방소비세 전환비율을 현재 5%에서 11%까지 단계적으로 6%p 높이기로 했다. 또 영유아보육 국고 보조율은 10%p씩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도는 “복지비 부담 증가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야기된 재정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대책”이라며 지방소비세 전환비율을 16%까지, 영유아보육 국고 보조율은 20%p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초연금 방안의 경우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기준 하위 70%에 매달 10만∼20만원이 차등 지급된다. 이 안대로 시행되면 현재 기초노령임금 2천180억원을 부담하고 있는 경기도와 도내 31개 시·군은 내년에 1천131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양육수당과 보육료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마당에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더욱이 이 방안은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공약 후퇴 논란’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나아가 ‘보편적 복지-선별적 복지’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르신들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약속 위반”이라며 “공약 사기, 선거 사기 행위”라고까지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약대로 할 경우 필연적으로 닥칠 재정위기가 불을 보듯 뻔하다”라면서 수정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지방 할 것 없이 작금의 총체적 재정난을 불러온 원인은 명약관화하다. 나랏빚 480조원, 가계 빚 970조원의 빚더미 속에 세수는 줄어드는 마당에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복지공약을 무리하게 몰아붙인 탓이다. 당초 우려했던 ‘재원 없는 복지의 한계’를 여실히 절감하고 있다. 빚은 재정 악순환의 시발점이며 나랏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부르게 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과 국민의 약속이라면 더욱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선 정부의 공약 수정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가경영상 지금 당장 이행하기 어렵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공약 후퇴 비난은 응당 감수해야 할 부분이며 부자감세 철회 등 야당 요구에도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복지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를 표명했지만 야당은 ‘불효정권’이라며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여서 험난한 정치 여정이 예상된다. 또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경제민주화에 이어 이번 복지 공약까지 수정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박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맞은 ‘위기의 계절’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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