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치]사라진 밀월과 대치정국의 해법
[시대정치]사라진 밀월과 대치정국의 해법
  • 경기신문
  • 승인 2013.09.2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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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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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대교수, 정치학 김주환

이상한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최소 6개월은 야당이 여당을 봐주고 조그만 흠결은 그냥 넘기는 밀월기간이 박근혜정부에는 없었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정부는 운이 안 좋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여야 간에는 상생적 조치가 없었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다른 정부와 달리 야당에 밉보여서도 아니고 지금의 야당이 특별히 전투력이 강하고 시비걸기를 좋아해서도 아니다. 현재의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지난 반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라진 밀월의 중심에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의 댓글을 통한 선거개입이 있다. 그러한 의혹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꼬인 정국과 야야 대치국면은 없을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지만 박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와 상관없다. 박 대통령이 밝혔듯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본인은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원이 골방에서 작업하는 인터넷 상의 댓글로 국민들이 영향을 받고 박근혜 후보에게 과연 몇 표나 더해줬을까도 의문이다. 문제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작업이 폭로되고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장이 수사에 개입하면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국정원이 축소수사를 압박하고 서울경찰청이 여기에 보조를 맞춘 것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며칠 남지 않은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새누리당 선거본부의 책임자들이 국정원 간부들과 접촉한 것이다.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고 중립적 수사를 해야 할 국가기관들이 법을 위반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다시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있어서는 안 되고 차제에 정치중립을 보장할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문제와 연결시키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이 문제와 관련해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새누리당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정공법보다는 꼼수를 부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돌파하려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덮기는 국회 국정조사에서 잘 드러났다. 국정조사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을 대거 포진시킨 여당은 선방했고 야당의 칼날은 무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정조사에서는 여당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 것이다. 이석기와 통진당의 내란음모사건은 국정원의 존재이유를 부각시켰고 여당은 이를 활용해 야당의 공세를 무력화하고 국정원 개혁요구를 물타기 하려 했다. 문제는 바로 여당의 그 승리에 있다. 여당은 국정조사라는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민심이라는 전쟁에서 완벽하게 지고 있는 것이다. 말 잘하고 꼼꼼한 여당의원들의 국정원 방어에 대해 국민들은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라 정말 은폐준비를 많이 하고 국정원과 조율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통진당 사태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국민의식이 그만큼 성장한 것이다. 과거처럼 공안사건 한 방으로 여권에 불리한 모든 이슈를 잠재우는 시대는 지났다. 검찰총장 사태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전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기소를 못마땅해 한 여권이 검찰총장을 사생활 의혹으로 밀어내고자 했지만 국민은 사태의 본질을 이미 간파해버린 것이다. 검찰총장 문제에서도 여권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졌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유야무야 할 리는 없다. 나름대로 근거와 타당한 명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출구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었고 국정원의 댓글 지원을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하튼 자신을 도운 선거책임자들이 댓글 수사과정에 개입했고 당장 해결해야 할 복잡한 국정과제들을 생각한다면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큰 물줄기를 보고 유연한 대처를 해야 한다. 즉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 간부들을 처벌하고 선거본부 관계자들이 수사축소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하면 된다. 이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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