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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버섯 ‘수확 후 배지’의 변신

 

미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누는데 고세균, 세균 그리고 진핵생물 영역이다. 진핵생물에는 우리가 잘 아는 동물, 식물, 그리고 곰팡이와 같은 진균이 있다. 이러한 고세균, 세균 및 진균을 미생물이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버섯은 어디에 속할까. 일반적으로 버섯은 우산모양 등의 자실체를 육안으로 식별할 만큼 크게 형성하는 미생물 무리를 일컫는다. 즉, 버섯은 미생물이며 미생물 중에서도 곰팡이에 속한다.

식물은 물에 녹는 양분을 흡수하거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 그러나 미생물은 효소로 유기물을 분해해 양분을 흡수하는데 버섯은 미생물이기 때문에 식물과 달리 유기물을 분해 흡수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등산을 하거나 조금 한적한 시골거리를 걷다보면 죽은 나무 표면에 다양한 버섯이 자라 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버섯이 뿌리와 같은 균사를 나무 안으로 내리고 효소로 나무를 분해해 나무속에 들어있는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균사가 나무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나무에서 버섯을 따내도 새로운 버섯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버섯은 어떻게 재배될까. 바로 이런 미생물의 분해능력을 이용해서 재배한다. 버섯재배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나무 톱밥, 옥수수 속대, 쌀겨 등 유기물이다. 이러한 유기물을 적당하게 혼합해 버섯을 키우기 위해 만든 것을 버섯 ‘배지’라 한다. 작물로 말하면 토양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버섯 배지에 종자라 할 수 있는 종균을 접종하면(흙에 종자를 파종하듯이 배지에 뿌리는 행위) 배지 안으로 식물뿌리처럼 미생물인 버섯 균사가 뻗어나간다. 온도·습도 등 적당한 환경이 주어지면 이 균사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버섯이 자라게 된다. 팽이나 큰느타리버섯을 생산하는 농가에 가면 플라스틱 병을 이용해 버섯을 키운다. 일부는 봉지에 배지를 담아 키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버섯을 따내고 나오는 배지, 즉 ‘수확 후 배지’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버섯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수확 후 배지 양도 많아져 그 처리 방법이 큰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과수원 퇴비로 제공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양이 많아져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버섯은 미생물이고 배지 안으로 뿌리처럼 미생물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퇴비 안에 미생물이 많이 있듯이 버섯 수확 후 배지에도 미생물인 버섯의 균사가 가득 들어 있다. 이 수확 후 배지의 재활용을 위해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버섯재배용 배지에 일부 재사용해 배지구입비를 줄이거나, 가축사료로 활용해 사료비를 절감하는 방법 등이다. 단지 ‘수확 후 배지’라는 어감상 쓰고 버린 자재라는 느낌이 들지만 ‘수확 후 배지’는 훌륭한 미생물자원인 것이다.

특히, 최근에 친환경이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면서 농산업분야의 친환경은 언젠가 선택에서 필수로 바뀔지도 모른다. 친환경농업, 특히 유기농업에는 주로 천연자재가 사용된다. 유기농업은 생물의 활성을 이용한 순환농업이기 때문에 주로 유기물, 천연광물, 미생물제제 등의 자재가 사용된다. 따라서 인근 버섯농가에서 버섯을 수확하고 남은 수확 후 배지를 친환경 유기농자재로 재활용하면 버섯농가는 수확 후 배지 처리문제에서, 작물 재배농가는 유기농자재 확보 측면에서 서로 통섭적 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식품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버섯 수확 후 배지는 폐기물이고 소각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버섯 본연의 역할인 미생물의 관점으로 돌아가서 보면 수확 후 배지는 주변 농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자재가 되고 원료가 될 수 있다. 목화에서 실을 뽑고 버리는 것들인 일명 폐면은 목화산업에서 골칫거리였으나 이것이 느타리 버섯재배에 사용되면서, 이제는 부족해서 외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 형편이다. 수확 후 배지 또한 긍정적인 전략으로 접근하면 훌륭한 돈벌이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미생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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