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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가을 야구의 추억과 매력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는 유난히 구기 스포츠를 좋아했다. 그중 야구는 특별했다. 1982년 3월 27일,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생겼다. 개막 경기에서 보여준 긴박감이 넘치는 역전과 재역전의 승부는 내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더구나 그해 9월 14일,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은 평생 잊지 못한다.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과 극적인 3점 끝내기 홈런은 내게는 그들 모두가 ‘영웅’으로 영원하다. 숙적 일본과의 0-2로 뒤진 8회 말 상황에서 5-2로 역전승을 거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전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자된다. 당시 야구대표팀이 보여준 명장면은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사랑받는 데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요즈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류현진과 추신수 선수의 가을 야구는 국내의 가을 야구와 함께 관심이 높다.

한국· 메이저리그의 인연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가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했을까? 그 의문은 1922년 12월 8일 용산 만철 구장에서 열린 조선야구단과 미국 메이저리그 팀의 경기 기록에서 풀렸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이 시범경기를 위해 방문하게 된다. 당시에는 ‘미국직업야구단’ 이름으로 알려진다. 조선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좌익수 김정식 선수다. 2타수 2안타로 조선 팀에 유일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내용 면에서도 2루타에 1득점까지 하였으니, 요즘으로 따지자면 추신수 선수쯤 될 듯 보인다. 이 경기에서 조선 팀은 총 6안타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감했다. 그러나 1시간 50분 만에 싱겁게 종료됐다. 미국 팀은 조선 팀 타선을 상대로 단 3점만을 내주고, 23점을 얻었다. 양 팀의 실력은 엄청난 점수 차로 증명됐다. 지금의 콜드 게임이라고 할 정도다. 그렇게만 본다면 완투한 조선 선발 투수 박석윤 선수가 너무 못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조선의 실책이 무려 10개에 달하는 것을 보면 7, 8점 정도는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90년 후의 류현진 선수와 비교되지 않을까 한다.

이 경기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경성전기는 종로에서 용산으로 통하는 전차노선에 임시열차까지 배차했다. 입장료는 지정석 5원, 일등석 3원, 이등석 2원, 삼등석 1원, 학생 50전이었다. 당시 쌀 한 가마니 값이 28원이었으므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래도 관중은 꽉꽉 들어찼고, 총 입장 수입은 1천700원이나 됐다.

야구는 구기 스포츠 중에 남다른 경기 규칙을 가지고 있다. 우선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9회를 하면서 도구를 사용하는데, 공이 아닌 사람이 직접 베이스를 밟아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또한 경기 중에 타자가 때린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도 득점을 하는 이상한(?) 스포츠인 셈이다. 야구는 기록경기만큼 과학적이지만, 경기 중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일어나고 그것을 통해 ‘인생의 축소판’으로도 불린다. 인생처럼 야구는 오늘 져도 내일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투수가 던지는 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함께 상상하고 구상하면서 ‘예측’한다. 다 끝난 듯한 9회 말 투아웃에도 역전될 수 있다는 ‘반전’의 묘미가 야구에는 있다. 어느 스포츠보다 관전의 매력은 야구만한 것이 없다.

야구 매력서 벗어나기 어려워

야구에 있어서 우리가 미국을 이긴다는 건 100년이 지나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0년보다 빨리 한국 야구는 9전 전승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쿠바와의 결승전 선발투수는 바로 류현진 선수였다. 지금 한국 선수들이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도 당당하게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하다. 올 가을에는 우리나라 선수들 때문에 메이저리그 디비전 경기 중계를 계속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시차가 16시간만큼 먼 거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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