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의정칼럼]수요냐 공급이냐!

 

고등학교 수준의 경제학 공부만 해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개념을 배우게 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정해진다는 유명한 수요공급곡선 이론도 고등학교에서 배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해온 정책들을 보면 이 수요공급의 법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입안되어 시행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부동산은 공급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수요가 발생한 다음에 공급을 준비하면 이미 늦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미리 수요를 예측하여 공급을 결정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경제가 폭발적으로 팽창할 때에는 주택에 대한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므로 공급이 지나치다 싶게 많아도 소화가 된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일정 정도 이상이 되면 그 확대 규모가 안정적인 상태가 되고, 이런 상태에서는 조금만 지나친 공급이 이뤄져도 가격 폭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업시설의 과다 공급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력은 일정한 한계가 있는데 상업시설을 과다하게 증설하면 인기 있는 상업시설로 수요가 몰려가서 기존의 상업시설들은 개점휴업상태가 된다. 고양시의 경우 ‘라페스타’라는 상업 시설이 개장하면서 동네 상권이 무기력하게 스러져갔다. 그러다가 ‘웨스턴돔’이라는 쇼핑몰이 새로 개장하자 ‘라페스타’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여기 저기 빈 공간조차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동네 상권은 그야말로 말살 단계에 들어가게 된 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새로이 ‘원 마운틴’이라는 종합 레저 상가 시설이 개장했다.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고 풍로까지 돌리는 격이 된 것이다. 이들 상가와 레저시설이 망하지 않으려면 고양시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상가가 들어선다고 시민들의 소득이 갑자기 높아지고,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4대강 사업의 친수공간도 마찬가지다. 한두 곳도 아니고 4대강 사업 구역 전역에 걸쳐서 엄청난 친수공간을 지정하여 개발했는데 이 공간을 개발한다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득이 갑자기 올라가서 저들 지역에 구름떼처럼 몰려가 돈을 쓸 수 있겠는가? 여전히 소득은 비슷할 것이고, 결국 다른 지역의 매출이 감소하거나 아니면 새로 조성한 친수공간이 폐허화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가 올 수밖에 없다.

GTX 사업도 복합환승시설의 대형 상업시설 연계화를 구상하고 있다.

KTX 동탄역도 거대한 종합 상업시설과 함께 건설된다. 이런 방식의 개발은 결국 주변 상업지구의 몰락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폐허화하거나 유령화된 상업시설의 증가로 이어진다. 어느 쪽도 정책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신촌역, 용산역 개발이 그 대표적 예다. 두 역의 상업시설은 텅 비어있다. 이제 부동산도 수요를 보고 공급을 결정하자. 공급만 있으면 수요는 창출된다는 신화와 미신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 더 이상의 화려한 장밋빛 개발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