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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공공기관부터 갑·을 관계 개선하자

 

“갑은 을에게 휴일근무 등 초과근무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계약의 협약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때는 상호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갑의 해석에 따른다.” “을은 갑이 위탁한 사무의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이상과 같이 일방적으로 을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갑에게는 유리한 해석을 허용하는 편파적인 내용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유통업체와 대리점 간의 계약서 등에서 쓰이는 문구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현재 경기도 내 각 부서에서 외부 개인이나 업체와 계약 또는 협약 등을 맺으면서 경기도를 스스로 갑이라 칭하고 상대방을 을로 칭하면서 체결하는 문구 가운데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갑·을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민간 부문에서도 갑·을 표현을 없애는 등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고 국회 차원에서도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입법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를 포함한 공공기관은 이러한 관행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필자는 공공기관부터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삼가고 실질적인 대등한 관계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 이번에 ‘경기도 계약서 등 갑·을 명칭 지양 및 삭제 권고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명에서 보듯이, 앞으로 경기도 내 도청 및 도의회를 비롯하여 경기도 내 각종 산하기관 등에서 생산하는 모든 계약서나 협약서, 양해 각서 등 계약관련 서류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대신 계약 당사자의 지위나 상호, 성명 등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갑과 을이라는 명칭이 주는 부정적이고 상하·수직적인 관계를 개선하고, 계약 당사자가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조례안의 주요 취지이다. 물론 갑·을이라는 명칭만 없앤다고 저절로 불공정한 관계가 개선되고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없앰으로써 일방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인식을 없애고 상호 대등한 위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이 경제적 강자와 비교해서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들의 권리행사에 제약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한동안 경제민주화가 주목받더니만, 어느 순간부터 정부와 여당은 경제민주화 이야기는 쏙 집어넣고 다시 경제 활성화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권력이 소수 일방에 집중되면서 그 폐해로 다수의 경제적 약자들이 고통 받는 사회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요구들이다. 과거 정치권력이 소수에 집중되면서 다수의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억압받던 것이 정치민주화로 폭발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경제민주화를 서둘러 접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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