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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당신은 속고 있습니다

 

폭리와 거품 감춘 통신요금

통신3사가 유심(USIM) 칩 폭리를 통해 2천억원쯤 챙겼단다. 5천원도 안 되는 칩을 소비자에게는 8천800~9천800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곱장사다. 이를 밝혀낸 김기현 의원(새누리당) 말대로 적정수준 인하가 절실하다. 이뤄질까?

대한민국 통신비가 비싼 건 세계가 다 안다. 10년째 OECD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밝힌 가구당 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16만원. 그러나 체감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4인 가구라면 한 달 20만원은 가볍게 넘어가기 일쑤다. 20대 자녀를 둔 집이라면 30만원도 쉽게 넘어간다.

매달 꼬박꼬박 통신비를 내고 있지만 속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TV를 켜면 CF 2건 가운데 1건 꼴로 스마트폰을 선전한다. 통신3사 광고가 잇따라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저 많은 광고비가 내 요금에 포함된 거 맞지?

통신요금 체계를 제대로 알고 있는 소비자는 없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폭리고, 거품일까? 유심 폭리만 하더라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게 아니라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밝혀냈다. 못마땅하다. 관할 정부 부처는 도대체 뭐하고 있었나? 국민 편이야, 업자 편이야?

최근 불거진 무선전화기 건도 그렇다. 예전 TV광고에서 개가 물어다 주던 그런 무선전화기를 쓰면 내년 1월1일부터는 최고 200만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단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되고, 인터넷 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그 시절 그 무선전화기를 쓰는 가구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10만 가구가 넘고, 시중에서 팔린다는데, 미래부는 무선전화기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했다니 기가 막힌다.

통신자본 역성만 드는 국가

발단은 KT가 2010년에 무선전화기에 할당됐던 900MHz 대역 주파수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2천500억원에 이 주파수를 할당받은 KT는 아직 사용되는 무선전화기가 LTE 통신 간섭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에 사용금지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한다. 정부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KT의 편에 서기로 한 모양이다. 소비자인 국민들을 향해서는 보일락 말락 하게 ‘내년부터 무선전화기는 불법 통신기기가 된다’고 공지한 게 다다.

KT는 거액을 지불한 만큼 정부를 향해 사용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무선전화기를 불법 통신기기로 규정하기 전에 충분한 대책을 먼저 수립했어야 한다. (논란이 커지고 비난이 거세지자 미래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과태료를 받지 않을 것이며,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완벽한 뒷북.)

국가는 무조건 기업, 그것도 대기업 편이라 의심하는 것은 부당하다.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 고위층과 정치인들과 재계는 혼맥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국가 권력이 자본의 노골적인 하수인이라는 발상은 구시대적이다. 반대 증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통신 대자본을 계속 역성드는 모양새니까 국민들이 분노하는 거다. 안 그래도 통신자본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은근슬쩍 털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판이다. 그걸 감시하고 규제해도 시원찮을 국가가 그들의 편에서 국민을 압박하면 국민은 대체 어디 가서 보호 받나?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지적하자. 올 초부터 정부는 강력하게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했다. 단말기 시장이 어지러워진다는 것이다. 얼핏 합리적인 주장 같지만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보조금을 규제하려면 통신비 거품을 싹 제거해서 소비자에게 실익이 돌아가게라도 해 주었어야 하지 않나?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부터 속고 있는 이 느낌,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떠오르지 않는 이 느낌, 이젠 제발 벗어나고 싶다. 서민들의 이런 염원을 국가가 알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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