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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문화자원 ‘세시풍속’ 보전과 농촌여성 역할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얼마 전 지나갔다. 추석 때마다 뉴스를 통해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들려오곤 하는데 지난해까지 제사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제사 자체를 대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시대가 지나면서 문화도 변화해야 하지만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지켜갈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추석에 송편을 빚고 성묘를 하는 것과 같이 명절에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어 행해지는 의례와 놀이를 세시풍속이라고 한다. 농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농경의례라고도 하는데, 곡식을 바치며 풍요를 기원하거나 농사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잔치를 벌였다. 세시풍속은 풍요를 기원하는 종교적 기능과 더불어 공동체 삶을 강조하는 사회적 기능, 휴식과 자연의 재생을 통한 생산적 기능, 전통예술 전승 측면에서의 예술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양력 사용이 보편화되고, 생활주기가 일주일 단위로 바뀌면서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들어있던 전통사회의 명절은 슬그머니 밀려나고, 현대사회의 생활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풍속이 생겨나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상업적 마케팅에서 비롯된 밸런타인데이를 비롯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등이 그것이다. 정월대보름, 이월초하루, 삼월삼짇날, 사월초파일, 단오, 유두, 백중 등 예전에는 다양한 의례와 놀이가 행해지던 우리의 명절은 이제 대부분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간다.

그러나 더 이상 사라지는 세시풍속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 의미를 이야기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지킴이가 농촌여성들이다. 세시풍속은 농경의 기원에서 그 역사적 맥락을 찾을 수가 있듯이 농업과 관련성이 많고, 명절에 행해지는 놀이나 음식을 만드는 데 여성의 역할 또한 크기 때문이다.

예부터 파종, 수확, 저장 등 농사시기에 따른 의례와 놀이가 있어 왔다. 이와 더불어 의례와 놀이에 빠질 수 없는 특별한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설날의 떡국, 대보름의 오곡밥, 삼짇날과 중구의 화전, 동지의 팥죽 등 절기음식은 지역의 고유성과 토착성이 가장 잘 드러난 음식들로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손을 거쳐 지금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세시풍속에는 생활의 모습과 더불어 살아온 선조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역의 정서와 생활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느 문화자원과 견주어도 독창성과 차별성에서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자원들은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공연, 뮤지컬, 영화, 소설, 게임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농촌마을 중에서는 세시풍속을 테마로 활용해 소득원을 개발한 곳도 있다. 아산 외암 민속마을에서는 장승제, 달집태우기, 연날리기, 윷놀이 같은 다양한 세시풍속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방문객이 40만명에 이른다. 태안 볏가리마을은 정월대보름에 풍요를 기원하며 행해왔던 볏가릿대세우기를 테마로 하여 농촌체험마을로 자리를 잡았다. 이뿐만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등의 세시풍속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빛내고 있다.

그렇지만 농촌마을의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하면서 세시풍속을 지키고 이어나갈 수 있는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세시풍속을 아는 노인들의 기억마저도 희미해져가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농촌마을에서도 더 이상 전통 세시풍속을 찾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

브라질의 리우카니발, 태국의 송크란 축제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들도 그 나라의 세시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에게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세시풍속이 많다. 이렇게 세계적인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 전통문화자원 ‘세시풍속’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농촌여성들의 힘이 모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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