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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한국 원자력의 미래와 한미 원자력 협정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게이츠가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갔다. 빌게이츠는 현재 “핵폐기물로 미국이 800년간 쓸 전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테라파워(Terra Power)라는 회사를 차리고 차세대 원전 개발에 열성을 쏟고 있다. 테라 파워는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핵무기 확산 차단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2008년 설립됐다.

원자력 발전은 자연 속에 0.7%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라늄-235를 농축하여 연료로 쓴다. 99.3%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라늄-235 1g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이나 석탄 3t을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이 바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된다.

만약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만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면, 더욱 싼 전력생산은 물론이고 핵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핵무기 확산까지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핵연료 재활용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빌게이츠의 테라파워 또한 4세대 원자로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4세대 원자로의 핵심기술은 전력생산 효율을 높이고, 폐기물을 줄여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핵무기로의 전환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랍 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원자력발전분야에 있어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빌게이츠 또한 이러한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이번 방한 시 4세대 원전기술 공동개발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돌아갔다.

우리나라는 고리원전 2016년, 울진원전 2021년 순으로 핵폐기물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국내 23기 원전에 임시저장중인 사용 후 핵연료는 이미 총저장용량의 73%가 채워졌다.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핵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해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과정이 특히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인해 핵연료 재활용의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다. 한미원자력협정은 1974년 원자력의 민간이용에 관한 협력을 위한 협정이 체결되면서 발효되었는데,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엔 우리나라가 기술과 안전성 확보 조치 등에 대해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맺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현재와는 맞지 않는 불합리한 조항이 많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2014년 3월까지로 되어 있어 양국은 2010년부터 개정협상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기한을 2년 연장해놓은 상태이다.

한미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부분은 핵폐기물 재활용 및 농축권한 인정 여부인데, 우리정부는 세계 5위의 원전강국 위상에 걸맞도록 이 부분을 완화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에 핵재활용을 승인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같은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미원자력협정에 대한 원칙은 첫째 사용 후 연료 저장시설 확보, 둘째 안정적인 농축우라늄 연료 접근, 셋째 세계원전 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이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이끌어 내려면,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일본과 인도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협정을 유리하게 이끌어 재활용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활로 또한 기술력이다. 현재 연구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기술의 성과가 도출된다면 재활용 권한뿐만 아니라 원전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날로 심해져가는 자원민족주의 앞에서 에너지 수입의존국인 대한민국이 생존할 방법은 기술력뿐이다. 한국원자력산업이 고질적인 원전비리문제를 극복하고 새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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