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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서른 즈음에

 

엊그제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3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전체 인생의 반이 지나는 나이가 바로 30대지만 내면의 고민은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로 복잡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30대는 20대 풋풋한 젊음으로 품었던 “뭐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어느덧 “모든 걸 해야 한다”로 바뀌는 시기다. 또 현재 몸담고 있는 길을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연령대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매우 큰 세대다. 내 인생에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내게도 사랑이 올까? 등을 고민하며 방황하는 세대 또한 30대다.

비록 짧지만 수년간 사회경험을 해서 20대와는 다르고 육체적 정신적 노화가 덜 진행돼 40대와도 구별된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 마흔이란 나이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기도 하는 보헤미안이 30대다.

이런 30대지만 사실 시간은 없다. 그런데도 미래를 위해 해야 할일은 너무 많다. 수명은 계속 늘어나지만 연장되지 않는 정년을 감안, 30대가 직업 전환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행동에 옮기려 하지만 쉽지 않다. 사회적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고 조건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직업의 전환을 결정한다면 30대가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 속에서도 요즘 30대가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고 작은 일에 집착하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30대, 직업전환의 마지막 기회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나이 서른 즈음, 못한 결혼도 결혼이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도 더 늦기 전에 이루고 싶고, 친구들도 꾸준히 만나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나만의 독특한 취미와 특기도 살려야 하고…. 모든 것을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올 뿐이다. 그나마 일을 갖고 있는 30대는 나은 편이다. 힘들게 대학 들어가 군복무까지 마쳤지만 취직은 어렵고 가정에서조차 소외당하는 30대들은 좀처럼 절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혼돈 때문인지 과거와 달리 방황하는 30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20대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회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근근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앞만 보고 매진하며 경력을 다져야 할 30대가 심리적ㆍ정서적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미래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빗댄 ‘삼포 세대’라는 서글픈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삼포 세대는 과거 우리가 인생이라고 불렀던 개념이 산산조각 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여기에 취업을 더해 ‘사포 세대’로 부르기도 한다.

30대 직장인들조차 과반수가 현재 자신의 삶을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게 요즘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20~30대 직장인 1천656명을 대상으로 ‘서른, 삶의 만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응답이 56.8%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매우 실망스럽다(27.3%)’고 답한 응답자까지 포함할 경우 삶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응답자가 전체 84.1%로 상당수에 달했다.

국가적으로 30대는 신 성장동력

10대와 20대때 학업에 매달리고 젊음의 객기를 부리며 좌충우돌하면서 자아를 다지다가 사회에 나오지만 복잡한 인간관계에 좌절하고 자신의 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찾아오는 좌절이다. 그런데도 행복은 짧고 인생은 고된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안정기에 접어들어야 할 30대의 방황이 끝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국가적으로 보면 30대야말로 신 성장동력이다. 방황하는 30대가 많을수록 동력의 추진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도약을 위해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방황하는 30대는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국가와 기성세대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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