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公約인가 空約인가 따져보자
[선거이야기]公約인가 空約인가 따져보자
  • 경기신문
  • 승인 2013.10.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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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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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상균 안양 동안구 선관위 지도·홍보 주무관

지난달 추석을 맞아 시골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께 드릴 양념갈비와 불고기를 준비하기 위해 농수산물시장에 있는 정육점에 들러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샀다. 아내는 바쁘다며 청과물코너는 들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가 그냥 둘러만 보자고 우겨 S지역에서 생산된 포도 한 박스를 샀다.

특히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당도가 높고 향이 좋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그런데 그날따라 매우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서 가게주인이 맛보라고 건네준 한 알을 맛본 후 상표를 믿고 샀다.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집에 와서 먹어보니 당도가 낮고 시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오는 10월 30일 실시하는 하반기 재·보궐선거는 경기 화성갑선거구와 경북 포항남·울릉선거구 두 곳에서만 실시되는 초미니 선거다. 화성갑선거구에는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 민주당 오일용 후보, 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가 등록신청을 마쳤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에 맞설 후보로 대어를 내어 빅매치를 노렸으나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과열, 혼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새누리당의 경우 중앙당에서 “당 후보를 중심으로 ‘나 홀로 선거’ ‘겸손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으나,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무려 2천여명의 축하객이 몰리고, 당 대표 등 국회의원이 30여명이나 출동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경우도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마치고 돌아온 당대표가 재·보선 지역을 방문해 후보를 돕겠다고 약속한 만큼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화성시선관위에서는 정책중심의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각 정당·후보자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을 맺은 바 있으며, 불·탈법 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 특별 단속반과 공정선거 지원단을 투입, 선거법 위반 행위 예방 및 감시·단속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각 정당·후보자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상대 정당·후보자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할 우려가 높다.

공명선거 실현에 선거관리위원회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공명선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각 정당과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스스로 선거법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사실 그것은 비현실적인 이상에 그칠 우려가 크다.

‘대우탄금(對牛彈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양나라 때 승려 우가 편찬한 ‘홍명집’ ‘이혹론’에 나온 내용으로 거문고 가락을 들려줘도 거들떠보지 않던 소가 모기 또는 파리, 송아지 울음소리 등을 흉내 냈더니 반응을 보였다는 데서 유래됐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도 소에게는 무용지물인 것처럼 좋은 말이나 행동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눈높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최근 정부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정책에 따라 야당에서는 “대선공약의 파기다”라고 하고, 여당은 “공약파기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선거공약에 대한 논란이 뜨겁고 관심이 높아졌다. 따라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임하는 정당·후보자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해 보지 않고, 학연과 지연에 따라 투표하거나 불·탈법 선거운동을 일삼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음악이 소에게는 무용지물인 것과 똑같다. 이번 보궐선거가 네거티브로 얼룩진 선거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바람직한 정책선거가 될 것인지, 선택은 화성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각 가정마다 배달되는 각 후보자의 선거공보에 실린 공약과 정보공개자료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선거공약의 실현가능성, 실현방법은 적절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공약(公約)인가 공약(空約)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투표에 참여해 진정으로 화성시민, 더 나아가 국민을 위해 일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충 상표만 보고 신 포도를 사서 먹지도 못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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