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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상품공급점과 경기중기청

 

참 교묘하다.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투수법(?) 말이다. 옛말에 ‘소 잡는 칼은 소 잡는 데에만 써라’는 말이 있다. 소를 잡아야 하는 큰 칼로 개구리나 병아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기업 규모에 맞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쯤으로 해석되겠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기업은 참 이상하다. 아흔 아홉을 가진 사람이 하나를 가진 사람 것을 탐하듯, 쌍끌이 전술로 동네 시장을 싹쓸이하려 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형마트로, 그 다음엔 SSM, 이어 편의점 공략. 급기야 ‘상품 공급점’이라는 명목으로 동네 슈퍼까지 치도곤 내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 차라리 해외시장 개척을 고민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뇌 구조는 다른가 보다. 가난했던 시절 동네 양아치들도 코흘리개 아이들의 눈깔사탕은 넘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영역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넘보지 말아야 할 것과 넘보면 안 되는 것. 뭐, 그 정도는 통용되는 시절이었다. 요즘 대기업은 어린 아이의 코까지 핥아먹을 기세다. ‘뺏고 보자’만이 정의이고 진리인가 보다.

그토록 중시했던 상도덕(商道德)은 이미 개에게 줘버렸나 보다.

최근 대기업들이 부리는 꼼수의 다른 이름은 ‘상품 공급점’이다. 대기업은 이렇게 접근한다.

한 동네에 슈퍼마켓이 두 곳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꼬드긴다.

“같은 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줄게. 그리고 간판에 우리 회사 로고도 넣을 수 있도록 혜택을 줄게. 얼마나 좋아. 이문(利文)도 많이 남기고 대기업의 명예도 함께 쓸 수 있고. 그러면 옆 슈퍼마켓은 금방 망할걸. 그럼 이 동네 상권은 네가 독차지할 수 있어. 다만, 약간의 로열티만 내면 돼. 이래도 안 할래? 안 하면 바보야, 너는.” 이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자, 누구인가.

슈퍼마켓 사장들이 대기업의 농간(?)에 놀아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납품단가가 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와 SSM 등의 기세에 눌려 장사도 안 되고 문 닫는 가게들이 늘어나는 마당에 기존 유통구조보다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당장은.

이렇게 대기업과 계약한 상품공급점은 지난 10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60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40%인 250여곳이 경기도와 인천지역에 몰려있다.

상품공급점이 되면 당장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매출이 오르겠지만, 그래서 다른 슈퍼마켓들이 문을 닫고 지역 상권을 독점하겠지만, 그 다음은 어떨까. 대기업의 처음처럼 선의로만 대할까. 아무도 모른다.

다음은 허구에 바탕을 둔 상상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대기업은 일단 자신들과 계약한 슈퍼마켓들로 시장이 형성되면 자연스레 공급하던 제품의 단가를 올린다. “싫으면 사지마.” 이렇게. 이미 다른 유통 도매점은 부도가 난지오래. 대기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상품공급점은 대기업의 논리에 끌려 다니다 결국, 자신의 꿈 터를 대기업에 헐값에 넘기고 거리로 내몰린다.’

주변에 대기업과 계약을 통해 상품공급점이 된 이웃을 둔 수원시 팔달구의 한 슈퍼마켓 사장의 호소는 그래서 더 절실하다.

“과거 SSM보다 진출속도가 빨라 언젠가는 소상공인 모두 대기업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의 행태다. 최근 신문보도를 보면 보호는커녕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기자의 취재에 겨우 내놓는 답이 “경기도내 상품공급점 50곳을 대상으로 한두 차례 전수조사를 했다”가 전부다.

게다가 이 옹색한 변명은 또 뭔가.

“본청 차원에서 용역을 하고, 용역 결과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경기지방중기청을 믿고 장사를 해야 하나,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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