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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NSA와 USTR

 

NSA가 무언가? 미 국방부 소속의 국가안보국을 말한다. 중앙정보국 CIA와 더불어 미국 해외정보기관의 양대 축을 이룬다. 미국의 첩보활동은 크게 스파이 등을 활용하는 ‘휴민트’(Human Intelligence)와 최첨단 설비장비 등을 활용한 ‘시진트’(Signal Intelligence)로 나뉜다. CIA가 전자를 담당한다면, NSA는 주로 후자를 담당하는 것이라 한다. NSA는 미국 전역에 걸쳐 지부를 두고 있고, 연간 예산도 CIA의 근 두배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주 <뉴욕타임즈>가 취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초대형 글로벌 사찰 ‘괴물’은 전 지구를 커버하다보니 단지 미국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주요 지부를 두고 있다. 영국, 호주, 일본 그리고 한국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전 세계 미군기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구상에 대략 미군기지 및 시설이 약 1천개 수준이니 과연 그 규모는 미루어 충분히 짐작이 갈만하다. 이뿐만 아니다. NSA는 전 세계 곳곳의 미 대사관에도 ‘특별정보수집과’(Special Collection Service)라는 명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상상해 보건대, 한국은 NSA의 도청, 감청, 해킹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나라가 아닐까 한다. 이는 한국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NSA 첩보활동의 ‘지속감시국’ 6개국 중 하나가 중국, 러시아, 이란, 이라크,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북한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NSA는 다양한 수준으로 온갖 정보통신망을 통해 수집된 합법, 비합법 시진트 정보를 각 등급별로 해당국가와 공유한다. 예컨대 여기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이루어진 ‘다섯개의 눈’급이 있고 그 뒤에 ‘아홉개의 눈’, ‘14개의 눈’ 그 다음으로 나토국가급 등으로 등급이 나뉘어 있다. 독일의 경우 이 ‘아홉개의 눈’ 그룹에 초청받지 못해 다분히 불쾌해 하던 상태에서 마침 메르켈 총리에 대한 NSA 도청 의혹이 불거졌다고 보면 된다. 지금 독일에서 현재 러시아에 망명 중인 이 모든 의혹을 폭로한 스노든에게 영구 망명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불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초대형 FTA 중 하나인 미-EU FTA에서도 사찰문제를 별도의 협정을 통해 금지하자는 EU측 주장과 FTA 안에도 집어넣자는 미국 측 주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노라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다. 누가 NSA의 ‘고객(customers)’이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 백악관, 국방성, FBI, CIA뿐만 아니라 미 국무부, 국토안보부 그리고 상무부 나아가 미 무역대표부(USTR)까지 망라되어 있다. NSA 사찰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예컨대 프랑스와 독일에 대해서는 ‘외교적 이익’을 위해 사찰을 하고, 일본과 브라질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최고지도자에 대한 도청을 감행해 왔다는 말이다. 심지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일상적인 만남을 앞두고 반 총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NSA는 고인이 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차베스의 역내 리더십을 와해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들어가는 수십억 달러의 상품 및 자본이동도 감시하고 있었다. 레이더시스템과 석유채굴 명목으로 중국이 제공한 차관과 러시아가 제공한 미그기와 휴대용 대공미사일 구매차관 등이 그 예다.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핵심경제부처인 계획재정부 상위 10인의 경제관료의 개인 이메일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로서는 미 무역대표부 USTR이 NSA의 ‘고객’이었다는 말을 FTA를 비롯한 모든 한미 간 통상협상 또한 NSA의 정보수집대상이었다는 의미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나간 한미FTA 협상이나 매년 발생하는 수많은 한미 간 통상현안 역시 미 국가안보국의 첩보망 속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국내에서의 사찰, 감찰논란도 지겨울 판인데 이제 글로벌 사찰까지 걱정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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