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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경기수필문학 창립 30주년

 

거리의 낙엽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겨울의 문턱에서 바람이 차갑다. 경기수필문학은 30년 됐다. 경기수필과 관련된 사진들을 접하면서 회원들의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게 됐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 세월의 흔적을 엿보게 하는 옷차림이며 노년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난 그리운 얼굴들도 가슴속에 들어왔다. 대중소비문화에 길들여지고 있는 우리는 갈수록 문학작품과 이탈하고 있는 모습도 만나게 된다. 세월만큼이나 수필문학도 변화됐지만 그 오묘한 수필의 맛은 여전히 아름다운 문장들로 인해 제 색깔을 내고 있다.

회원들의 느낌도 새로울 것 같다. 김용대 회장이 이끌고 있는 경기수필문학은 정결하고 청빈한 삶을 살아오신 김 회장의 모습과 묘하게 매치되는 듯하다. 김용대 회장이 그래왔듯이 경기수필문학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필문학 본연의 색깔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어느덧 30년의 세월을 맞이한 것이다.

이재영, 정규호 선생님을 비롯한 경기지역의 원로문인들이 이 세상을 떠났다. 김용대 회장은 30주년 기념문집에서 ‘고소하고, 익살스럽고, 가슴을 고동치게 하는 문장에 빠져든다’고 말하며, 좋은 글은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역문학을 위해 열정을 다해왔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회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수필문학은 (사)경기한국수필가협회로 탄생했고, 2001년에 경기수필문학상을 제정해 지금까지 36명의 수상자를 냈다. 30주년을 맞은 이번 제13회 수필문학상은 본상(공로상)에 정희순, 작품상에 유민지·손유미, 신인상에 김경숙 수필가가 각각 선정됐다.

경기수필문학상 본상을 받는 정희순 작가의 수필 ‘흑진주 하늘에 오르다’는 평생 농부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일을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돌아가신 아버지의 노고를 추억하는 내용이다. 경기수필문학상의 백미(白眉)이자 수작(秀作)인 작품상에는 아주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예술세계>를 통해 문단에 나와 <한국가족사랑명리학회장>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부회장인 유민지 작가의 ‘내 인생의 창밖에는’, 손유미 작가의 ‘외할머니’ 두 편이 선정됐다. 유민지 작가의 작품에는 중년을 맞이하고 있는 화자가 가을이라는 시간 속에 자신을 비춰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유미 작가의 ‘외할머니’는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100세가 넘어 기억이 쇠한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신앙의 뿌리를 심어주고 이끌어 줬던 외할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김용대 회장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동영상까지 직접 제작할 정도로 경기수필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고향이 전남으로 선비적인 기품이 강하고 교육자로서 한평생 사도의 길을 걸어왔다. 김 회장은 ‘수필문학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활력을 준다’면서 ‘삶이 문학과 하나되기 위해서는 생활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고운 마음의 바탕 위에서 서른 해가 되는 동안 경기수필의 정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자축했다.

경기수필문학의 역대회장은 이재영 선생을 비롯한 강대욱, 정규호, 이덕선, 윤대철, 윤공보, 최정학, 밝덩굴, 박청자, 임성자 회장이다. 8~10대 회장을 역임한 밝덩굴 수필가 역시 교장으로 퇴직하신 후, 한글사랑을 널리 알리는 강의를 하고 있다. 밝덩굴 수필가는 ‘경기수필’ 지호를 살펴본 견해를 창간호부터 작가들의 작품, 성향, 문학행사를 총체적으로 분석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학술, 정신문화, 고향, 사랑, 자연, 연민 등 주제별 분석과 함께 강양옥 수필가가 52편이나 되는 작품을 내놓았다는 말도 곁들였다.

경기수필문학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한 몇분의 회원들이 저세상으로 떠났고, 필자가 써온 수필들은 우리 사회에 건강한 자양분이 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필자를 비롯한 경기수필문학 회원들은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사람냄새 나는 따스한 글을 기대하면서, 경기수필문학 창립 30주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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