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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 왜 우주발사체인가

 

지난 1월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주변에 ‘우주’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나로호 덕택에 그동안 잊고 있던 우주에 대한 꿈이 재가동되는 분위기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주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것이다.

인류의 우주 역사는 먼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달나라에 토끼를 보냈던 것은 막연한 상념의 산물이 아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밤하늘을 동경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의 근원을 묻는 궁금증의 발로였다. 지금까지 인류가 끊임없이 던져왔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의 시작점 말이다.

우리도 이런 시작에서 탐구를 거듭한 결과 드디어 세계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국의 영예를 안게 됐다. 우리는 인류가 세계를 정복해 왔다고 말하지만 인류는 정복이 아니라 탐구를 해 왔다.

우주 역시 정복의 대상은 아니다. 나와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새로운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다. 그런데 ‘우주’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때문인지, 사람들은 우주와 나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스마트폰 알람으로 눈을 뜨고, GPS를 켜고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출근한다. 전 세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화상회의로 업무를 본다. 아이들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버스 도착 시각에 맞추어 정거장에 나간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즐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런 것들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우주개발을 한 덕택에 얻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만약 지금 우주에서 작동중인 모든 위성의 스위치를 동시에 꺼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다시 19세기 후반으로 돌아갈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우주기술의 도움 없이 지낼 수 없다. 지구 주변에는 현재 수천개의 위성이 돌고 있으며,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위성을 많이 보유한 국가는 새로운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이고, 위성이 적은 나라는 기술과 정보 측면에서 다른 나라와 종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종의 열쇠이다. 그 열쇠를 어떻게 작동시키는가 하는 것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합의 문제다. 따라서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곳간을 여는 열쇠가 되도록 하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선진국뿐만이 아니라, 21세기형 독립을 추구하는 많은 나라에서 이미 미래를 위한 열쇠로 우주를 선택했다.

사실 발사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고온, 고압 또는 진공과 극저온이라는 극한환경에서 작동하는 기계다. 가벼우면서도 아주 튼튼해야하며 한쪽은 -180도, 다른 한쪽은 1천도가 넘는 온도를 견디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모순 상황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발사체 기술이다. ‘우주발사체는 종합과학기술의 꽃’이다. 항공우주뿐만이 아니라 기계, 전기, 전자, 물리, 수학, 소재, 정밀가공, 전파, 화학 등 과학기술의 거의 모든 분야가 필요하다. 치열한 연구 결과를 하나로 집대성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발사다.

우주발사체의 개발은 결국 과학기술 전 분야의 발전을 유도하게 된다.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과학자였지만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장한 역할은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었다. 발사체 기술 개발에 매진을 하다보면 많은 과학기술 분야도 발전하게 돼 있다. 그 기술이 어떤 파급효과를 생산하게 될지는 우주에 대한 우리들의 상상에 달려있다. 과학기술인들의 열정이 넘쳐도 국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없는 우주개발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발사체 기술을 갖자. 미래의 곳간을 여는, 우리의 현대적 독립을 가능하게 해 주는 열쇠. 과학자들에게 미래의 곳간인 우주로 가는 열쇠를 만들게 하자. 그리고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 곳간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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