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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을 욕되게 하는 검은 손

아름다운 도시는 아름다운 건물과 빼어난 주변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더해 건물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적인 조형물의 배치다. 조형물은 도시의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조화롭게할 뿐아니라 건물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따라 연건평 1만㎡이상의 아파트, 빌딩, 호텔, 백화점, 연수원 등을 지울 때 반듯이 미술장식품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0.5~0.7%로, 해석에 따라 적다 많다할 수 있겠으나 예술성이 있는 조형물 설치를 의무화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에서 2000년에 156점, 2001년 210점, 2002년 272점, 올해200점 등 모두 838점의 조형물이 설치됐고, 여기에 소요된 비용은 607억원에 달했다. 외형만 놓고보면 멋진 일이고, 건축주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럴사해 보이는 껍대기를 헤집고 들어가 보면 참아 눈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모습을 보게된다. 최근 경기도의회 홍모의원은 일부 건축주들이 의무화된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외형은 법 규정에 맞도록 예산을 세워놓고, 실제로는 작가와 짜고 50% 안팎만 지불한 뒤 나머지 돈은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LG건설은 수원시에 아파트를 세우면서 ‘꿈의 나무’라는 작품을 2억 6000만원에, 대한부동산신탁은 분당에 대형 건물을 건축하면서 ‘꿈의 탑’을 1억 3000만원에,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한 일부 건축주들도 6억 3000만원을 들여 조형물을 설치했지만 외형 예산과 실제 작가에게 건낸 작품료는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술조형물 제작과 관련해 협잡이 있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의 조각가 가운데 수억대의 작품료를 받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런 약점을 건축주들이 악용해온 것이다. 반값이라도 좋고, 탈세를 방조하면 위법인 줄 알면서도 가난이 죄라 맞장구를 쳐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일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미술가의 자존심과 한국 건축계의 명예를 위해서도 청산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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