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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 화성문화제를 인문학 축제로 만들어보자

 

축제는 재미있어야 한다. 수원 화성문화제가 벌써 50회를 맞이했다. 연륜에 걸맞게 갈수록 볼거리가 많아지니 재미도 쏠쏠하다. 수원 화성문화제는 정조와 화성을 주제로 하는 전통문화축제이다. 핵심 프로그램인 정조 능행차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을 찾아가는 행사이다. 진찬연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바치는 회갑연이다. 젊은 나이에 홀로된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잔치이다. 화성문화제는 정조의 효를 주제로 하는 역사 축제이다. 그래서 프로그램도 과거시험, 정조의 궁궐 거닐기, 봉화 재현 등 수원의 역사를 재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제 화성문화제를 인문학축제로 만들어 보자. 전통문화축제와 인문학축제는 어떻게 다른가. 전통문화축제가 전통문화를 고증하여 재연하는 데 방점이 찍힌 축제라면, 인문학축제는 역사를 재해석하여 역사가 지니는 의미를 프로그램에 녹여 넣는 축제이다. 인문학축제는 전통문화 체험이 주는 즐거움에 더하여,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축제이다. 인문학축제는 축제가 끝난 후에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축제라 할 수 있다.

수원은 효의 도시라 한다. 그러나 수원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효는 이미 고물 취급받고 있다. 화성문화제 기간 중 효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으나 관람객들은 행사로만 받아들일 뿐이다. 하기야 전통적인 효가 지금 우리시대에 맞지도 않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효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우리시대에 맞는 가족 사랑으로 재해석해 보자. 우선 효행상 대상자 선정 방식부터 바꾸어 보자. 자기희생적인 효를 실행한 사람 외에 즐겁게 효를 행한 사람에게도 효행상을 시상하자. 진찬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며느리와 딸들에게 무대를 마련해 주어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며느리들이 부모 모시기 어려움을 토로하고, 새로운 부모사랑과 가족사랑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모색하는 ‘며느리들의 수다’, 딸의 입장에서 효에 대해 이야기하는 ‘딸들의 푸념’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며느리들의 수다’와 ‘딸들의 수다’는 토론과 연극을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며느리들은 명절 때 중노동을 한다. 많은 집에서 부부 싸움을 하는 등 명절 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이제 시아버지가 앞장서고 아들과 딸, 사위도 모두 함께 명절을 준비하는 ‘가족이 다함께 즐거운 명절’을 맞이하자는 캠페인을 화성문화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실행해 보자. 그래서 화성문화제를 전통문화 축제에 더하여 가족축제로 만들어 보자. 그래야 정조의 효를 주제로 하는 축제에 걸맞지 않을까.

2010년 수원시는 인문학 중심도시를 조성을 표방하고 많은 인문학 사업을 추진해 왔다. 3년이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인문학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인문정신문화진흥법 제정이 추진 중에 있다. 중앙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수원시의 영향만이라 할 수 없지만, 중앙정부의 인문정신문화 진흥 사업을 기초자치 단체인 수원시가 시작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전국 확대판으로 보아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물질주의에 빠졌던 한국인들이 새로운 삶의 형태를 찾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족하는 이들은 설사 경제적으로 덜 풍요롭다 하더라도 행복지수는 높다고 한다. 새로운 행복 찾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개선에서 시작된다 할 수 있다. 그 출발은 가장 가까운 타인인 가족의 복원, 가족 간의 사랑에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수원시는 인문학을 자치단체 정책 영역에 끌어들여, 우리 사회가 인문학적인 사회로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였듯이, 이제 전통적인 가치를 우리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은 일을 시작해보자. 정조의 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족사랑 프로그램을 51회 화성문화제에서 시작해보자. 그러면 수원은 우리 사회에 또 새로운 화두를 하나 던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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