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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영화 ‘관상’의 발견

 

우리는 앞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살게 될지를 알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점집을 찾는다. 관상은 우리가 흔히 보는 점 중의 하나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운명, 성격, 수명 따위를 판단하는 일이 바로 ‘관상’이다.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전해지는 관상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가장 활발하게 유행하며 관상학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관상이 영화 소재로 다뤄졌다.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한 김동혁 작가가 ‘관상’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전작 ‘연애의 목적’과 ‘우아한 세계’를 통해 색다른 감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 편의 영화로 탄생한 것이다.

영화 관상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은 처남 ‘팽헌’, 아들 ‘진형’과 산속에 칩거하고 있었는데, 기생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게 된다. 내경은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었는데, 곧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내경은 ‘김종서’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수양대군’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그러자 내경은 수양대군의 수하들에 의해 여러 번 위협을 받는다. 하지만 대세의 흐름이 수양대군에게 기우는 것을 보고도 김종서 편에서 역모를 막으려 한다. 결국, 처남 팽헌이 자신의 매형 내경의 목숨과 조카 진형의 관직 중용을 담보로 수양대군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정보는 바로, 명나라 사신들을 호위하기 위해 수양대군의 사병들이 국경을 향해 떠나면 김종서 등의 대신들이 수양대군을 칠 것이라는 정보이다. 이 정보를 제공받은 수양대군은 김종서를 죽이고, 수양대군이 쏜 화살에 진형이 맞아 죽게 된다. 그러자 내경은 다시 초야로 묻히게 된다.

이 영화는 관상이라는 큰 기둥을 중심으로 시대를 뒤흔든 역사적인 사건과 역사의 광풍 속으로 뛰어든 어느 한 사람의 기구한 운명, 그리고 뜨거운 부성애, 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까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관상가가 궁에 들어가 인재를 등용하는 일에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고, 나아가 관상으로 역적을 찾아낸다는 설정은 관상이라는 소재와 역사적 사건의 깊은 연관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재미를 뛰어넘어 개인과 나라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하는 관상의 힘에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 송강호가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배우인 송강호의 유머와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지난해 1천302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재와 김혜수가 각각 왕이 되려는 야망가 ‘수양대군’과 기생 ‘연홍’ 역을 맡았다. 여기에 ‘타짜’, ‘돈의 맛’ 등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 백윤식이 왕을 지키려는 신하 ‘김종서’ 역을 맡아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건축학개론’으로 지난해 신인상을 휩쓴 조정석과 최근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대세남으로 떠오른 이종석이 내경의 처남 ‘팽헌’과 내경의 아들 ‘진형’ 역을 맡았다. 이처럼 한국영화 사상 최강의 캐스팅을 자랑하는 ‘관상’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큰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끝으로 이 영화에는 ‘상은 변하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말은 ‘관상은 변하며, 운명도 변할 수 있다’는 의미인 듯하다. 관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라는 교훈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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