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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팔달로의 휴일, 남문 메가박스 영화관

 

여가(Spare Time)는 우리말로 ‘겨를’이다. 생계에 얽매여 일하던 시간에서 벗어나 잠시 질적으로 즐기려는 시간이다. 현대인은 일하는 시간보다 편하게 쉬는 시간을 좋아한다. 일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이 여가를 편하게 즐기려는 것은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모 재벌그룹 총수의 말처럼 오늘날에는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그만큼 여가를 즐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만 해도 여가를 즐길 곳은 많다. 서울 인사동에는 우리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이 늘어서 있고, 많은 미술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대학로에 가면 많은 소극장들이 있어서 연극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홍대 거리에 가면 젊음의 향기를 만끽할 수도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들에서도 각 지역의 특색에 어울리는 거리들이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인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자장면집인 공화춘은 현재 자장면박물관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중국 음식점을 비롯해 개화기 역사와 화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들이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또, 제주도는 올레길을 만들어 예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끌고 있다. 올레길에 가면 제주도의 자연경관과 지역 주민의 삶을 더 가까이 관람할 수 있으므로, 자연을 벗 삼아 여가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수원에는 여가를 즐길 만한 곳으로 어떤 곳이 있을까? 수원 하면 도심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는 수원 화성을 가장 먼저 꼽을 만하다. 전통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 수원 시민은 여가를 즐기고 있다. 또, 축구경기가 열리는 수원월드컵 경기장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팔달문 인근에 조성되었던 영화의 거리가 없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앙극장을 중심으로 팔달문 인근에는 여러 극장이 들어서 있었다. 휴일이 되면 우리는 극장가에서 여가를 보냈다. 그러다 2000년 CGV 메가박스 등 초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수원극장, 단오극장, 아카데미극장, 대한극장 등이 줄줄이 간판을 내렸고, 마지막으로 중앙극장도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남문 상권이 죽어가는 데다 불황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결국 수원을 대표하던 극장가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배우로 오디션에 합격하고 그친 영화인이지만 수원 시민의 한 사람인 필자는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중앙극장 앞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늘 무겁기만 했는데, 다행히 로데오거리 극장자리에 메가박스가 12월중 문을 연다.

1951년 개관되어 2000년대 초까지 수원의 문화를 대표하는 장소였던 중앙극장이 있던 지역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준비하고 있고, 다채로운 공연도 하고 있고 테마문화공간도 조성되었다. 로얄극장 자리에 메가박스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남문의 도심이 살아나고 볼만한 대중영화가 상연되고 연극이 공연될 것이며, 극장 내에는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이 마련되면 거리는 활기차게 될 것으로 본다. 또 수원 시민을 위한 만남의 장소가 재현될 것이며 한편, 극장 옆 골목과 로데오 거리는 수원역까지 가는 이야기가 있는 옛 길로 잘 정비되어있다.

메가박스가 상업을 넘어 많은 시민들에게 스토리가 되고 정겨운 추억의 상권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추억의 공간을 복원시키고 여가 생활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시민의 바람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수원시와 인근 주민들은 크게 환영을 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 나눔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문화예술은 기성 질서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다양한 사람들의 눈과 가슴에 영화 한편의 감동은 많은 사람들을 결집하고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서울 시민들이 충무로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듯이, 로마의 휴일처럼 잊혀져간 영화관이 메가박스로 다시 돌아온 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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