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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 꽁꽁 얼어붙은 정국, 특검으로 돌파해야

 

올해 추위는 다른 해에 비해 빨리 시작되었고 올 겨울은 아주 추울 것이라고 한다. 이 추운 날씨를 더욱 춥게 만드는 것은 정치권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겨울 추위는 간간이 따뜻한 때라도 있지만 한번 얼어붙은 정치적 추위는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야 간 대화는 겉돌고,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본다. 4개 종교의 성직자들이 정부를 비판하며 급기야는 퇴진 목소리까지 높이고 있다. 야당은 민생보다는 정치현안에 몰두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어느 총리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며 국회해산론마저 주장한다. 한국경제는 이제 바닥을 치고 모처럼 성장의 동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만 정치권은 나만 옳다고 주장하며 자기 사전에는 양보나 타협이란 단어가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국내가 이렇듯 소란스러운데 밖은 조용한가 살펴보면 안보다도 더 살벌하다. 동중국해에서는 중국, 미국, 일본이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동원해 서로 시위를 하며 각자 국익을 위해 무력충돌도 불사할 태세다. 한국은 이어도가 일본과 중국 양쪽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고 우리 측 구역에는 빠져 있어 관련부처는 지금까지 뭘 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주변 강대국들은 우리 운신의 폭을 줄이고 바다와 하늘에서 우리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한마디로 경제와 안보 위기 하에 있고, 이러한 위기는 정치에 의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 안보적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지난 9월2일 개회된 정기국회 이후 3개월 동안 처리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지난 3개월 동안 국회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것이며 이 또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얼어붙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정국의 단초는 지난 대선에서 발생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여당후보에 대한 편파적 개입과 지원은 검찰의 수사 이후 하나씩 벗겨졌고, 이를 막고 덮으려는 정부의 노력과 여당의 엄호도 또한 집요했다. 그러나 결과는 과거에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일을 이제는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던 검찰총장의 사퇴는 처음부터 정권의 기획이었는지, 아니면 언론의 우연한 사생활 보도 때문이었는지는 최근 검찰이 밝혀낸 원세훈 국정원장 측근인 구청간부에 의한 의혹 대상 모자의 가족관계부 유출로 정권의 기획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제들에 대한 종북논란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한시적으로 덮을 수는 있지만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선거를 기반으로 하며 우리 정치제도가 민주공화국임은 우리 헌법에 명시돼 있다.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력의 정도나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떠나 국가권력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다. 검찰 수사에 맡겨뒀더라면 지금쯤 마무리되었을 사안을 한국정치가 일년 내내 끌어안고 추운 겨울에 열병을 앓는 것은 정권의 부당한 수사개입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이슈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공동으로 얽혀버렸다.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우리 정국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면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5년 내내 이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국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그에 대한 수사로 인해 초래된 정국경색에서 묶은 당사자는 이명박 정부이나 매듭을 풀어야 할 당사자는 박근혜 정부이다. 이제 유일한 출구는 특검밖에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특검에 맡기고 하루 빨리 정치권은 경제 관련법의 처리와 안보위기 대응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민생과 안보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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