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람] 영화 같은 삶, 이철규 치안정감 퇴임식
[사람과사람] 영화 같은 삶, 이철규 치안정감 퇴임식
  • 경기신문
  • 승인 2013.12.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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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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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두 작가, 수원영화예술협회장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이 오랫동안 정들었던 경찰제복과 이별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10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명예퇴임식을 가졌다. “명예롭게 경찰을 떠나고 싶다”고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법률적·도덕적으로 어떤 흠도 없기에 불명예스럽게 경찰을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인사에서 치안정감 보직 인사 명단에 빠져 이 청장으로서는 허탈했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그는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경기경찰의 수장으로 있던 당시에도 가장 높은 곳에 있지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살필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경찰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지휘관이었다. 이 전 청장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그는 작년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고 말았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가 내려진 뒤 법정 밖에서 “왜 10개월이나 고통의 터널 속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다행히 그는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는 경기경찰청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서울경찰청 경무부장과 충북경찰청장 경찰청 정보국장 등 중요 보직에서 일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해 2월 날벼락이 떨어졌다. 유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고, 그의 인생은 급전직하했다. 이 전 청장은 대법원 판결로 누명을 벗었으나 그의 경찰 조직 복귀는 어려워지게 됐다. 경찰청장 아래 가장 고위직인 치안정감 자리는 5개에 불과하고 빈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 청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서로 치고받을 때마다 경찰 쪽의 강경한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래서일까? 세간에는 검찰에 미운 털을 박혀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김진태 후보자는 검찰의 특수 수사가 너무 거칠다는 비판적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검찰은 피의자의 혐의를 찾지 못하면 저인망 수사 등으로 어떻게든지 피의자를 기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새로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검찰의 내부 분열과 정치적 외압을 막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 전 청장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검찰 수사가 정도(正道)를 걷게 해야 한다.

아무튼 그는 경찰의 입장과 명예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기소됐을 당시에도 경기경찰은 그를 응원하고 지지했다. 이 청장은 비록 짧은 100일간의 경기청장으로서 분주한 시간을 보냈지만 실제로 약자의 편에 선 지휘관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아동과 장애인, 그리고 여성을 위한 치안과 힘이 없고, 가난하다거나,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치안을 강화했다.

그는 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에 주목했을까? 이 청장은 남들이 겪지 못할 고통을 받은 사람이었다. 분당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그는 옥고를 치른 바 있다. 그래서 그는 “몸도 마음도 힘들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는 것이다. 경기경찰청장으로 재임하던 당시에도 그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선 지휘관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하고도 또 옥고를 치른 것이다. 두 번이나 절망에 빠져 있던 그는 이제 “명예롭게 경찰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시기와 음해와 시샘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 수사구조개혁의 기틀을 다진 이철규 치안정감은 많은 경찰관들에게 희망의 온도가 돼주었다. 오직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일했던 청장, 수사의 오남용을 염려했던 청장, 자신처럼 억울한 일이 없기를 바라는 이 청장의 소회를 지켜보면서 그의 좌절이 주는 메시지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경찰가족들은 믿는다. 멀리서 축하를 보내는 마음과 더불어 무엇보다 이를 지켜본 가족들의 상처에 위로를 보낸다. 이제 경찰복을 벗게 되었으니 실로 안타깝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멋지게 여시라는 의미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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