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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 송년음악회의 메시지

 

서울 소재 주요 공연장에서 해마다 거르지 않고 선보이던 송년 단골 프로그램들을 올해는 지역의 공연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도 있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이니 공연장이나 음악계 모두 1년 중 이른바 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모든 공연장들이 굵직한 공연단체와 출연진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특색 있는 공연을 기획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중에, 특별히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송년음악회, 또는 제야음악회는 애호가들에게 서울까지의 이동부담도 덜어주고,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식상한 눈과 귀를 모처럼 호사시킬 수 있는 기회이니 환영할만하다고 하겠다. 내용 역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국악으로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해 대중적 친화력을 가진 클래식과 대중음악, 국악과 재즈의 협연 등 골라보는 재미도 늘어났다. 참 반가운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전 세계의 행사는 국가와 민족, 지역별로 오랜 세월동안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담아내면서 특색 있는 문화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에도 섣달 그믐날 밤을 제석(除夕) 혹은 제야(除夜)라고 부르며 묵은해를 마감하는 여러 가지 풍속이 있었다. 설날과 연이은 정월대보름은 연중 가장 큰 축제가 펼쳐지는 절기였다.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서 전 세계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축제의 시기가 된 것도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또, 지구촌 어디에서나 묵은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 행사가 사랑과 평화, 희망과 풍요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사람들은 삶의 기운을 새롭게 얻어 힘찬 출발을 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음악회’의 단골 메뉴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다. 히브리 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메시아’는 성경의 4대 복음서와 이사야서, 시편의 내용 중 예수의 탄생과 삶, 수난과 부활의 내용을 52개의 노래에 담았다. 기독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걸작이다. 헨델은 1742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처음으로 연주한 이래 세상을 떠나기까지 직접 지휘한 서른두 번의 모든 연주회를 헐벗은 사람들, 병든 사람들, 갇힌 사람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로 마련했다고 한다. 메시아에 담긴 예수의 사랑을 고스란히 음악회에 담아낸 것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이 초연된 것은 1824년.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4악장에 도입한 이 작품의 초연 당시, 베토벤은 직접 지휘를 하고도 이미 귀가 멀어 열광하는 청중의 환호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는 베토벤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뛰어 넘는 불굴의 의지뿐만 아니라, 실러가 꿈꾸던 이상(理想), 관습과 편견을 뛰어 넘어 모든 인류가 형제애로 하나 되는 사랑과 평화의 절절한 외침이 담겨있어서, 한 해를 정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송년음악회의 레퍼토리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의 치열한 갈등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 위기는 최고조에 도달해 있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북한의 불안정한 정세가 겹쳐있고, 최근에는 주변 강대국들이 영토문제를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다.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억압과 분쟁, 기아와 전쟁의 공포는 오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 인류가 겪는 모든 종류의 갈등과 고통을 넘어서서 형제의 우애를 나누며 살기를 바라는 꿈. 헨델의 ‘메시아’와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이 연주되는 송년음악회에서 새해에는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다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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