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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함께해요 2014’

 

고교시절 얘기다. 부모님을 대신해 마을 부역이란 걸 해봤다. 지금도 농군의 아들이라 소개하지만, 그때 나는 논두렁에서 쌀농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논두렁 관리에 소홀해 가뭄에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거나 홍수에 물이 범람하기라도 하면 그 해 농사는 끝장이다. 수리답도, 경지정리가 잘된 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한식(寒食)을 전후해 논두렁 다지기에 마을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모양이다. 한마음으로 풍년을 기원하면서.

논두렁은 대개 삽으로 보수하는데, 무논에서 하는 삽질이다 보니 힘에 부치게 마련이다. 그 마을 부역에서 지게질, 괭이질, 쟁기질처럼 ‘질’로 끝나는 농사일이 특히 힘들다는 것을 톡톡히 경험했다. 해서 조상들은 높고 큰 논두렁엔 가래를 택했는가 보다. 효율성에서 삽질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데 자루를 잡은 사람과 줄을 잡아당기는 사람 사이에 힘의 균형이 깨지면 허탕이다. 마음이 서로 맞지 않으면 논두렁 다지기는 제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얘기다.

농경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는 요즘은 어떤가? 물질적 풍요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다. 이념 갈등, 빈부 격차, 지역감정 대립, 갑을 논란 등 우리의 국력을 낭비하고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뿐이다. 이제 해묵은 갈등의 벽을 넘어 상생과 대타협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한번쯤 경험했을 마을 부역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함께하는 마음이 상생과 대타협의 전제조건임을 되새기기 위함이다. 경기신문이 ‘함께해요 2014’를 올해 캐치프레이즈로 정한 것도 사회 저변의 과제인 화합과 통합을 유도해 내기 위함이다.

정치권부터 변해야 한다. 오는 6·4 지방선거를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기초단체장과 시·군 단위 기초의회의원 공천 문제를 놓고 드러난 ‘3당 3색’을 ‘3당 1색’으로 바꿔야 한다. 현격한 이해관계가 더 이상 각 당의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서로 말싸움만 벌이다간 지방선거 공천 문제는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정당 간 합의를 강제하는 제도 도입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발전이란 대승적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정치권 차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치 불신도 벗을 수 있다.

친일·이념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선정 과정에 학교 안팎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교과부는 특별조사 카드로 맞서고 있다. 타 과목과 형평성, 학생 부담 가중 등 역기능보다 우리 미래 세대인 청소년의 역사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되살린 사실을 벌써 잊었나. 이래선 안 된다. 한 발씩 물러서자. 그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키우자던 당초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계도 다를 바 없다. 갑을논쟁은 남양유업 사태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의 지역발전과 성공적 개발을 위한다며 개장한 롯데아울렛도 처지가 똑같다. 중복 브랜드는 절대 입점시키지 않겠다던 당초 약속을 저버리면서 이천상인연합회는 지역상권 고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오래 전 형성됐건만 대형 유통업체의 막무가내 진입은 여전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공존과 상생의 생태계가 무너지면 국가경쟁력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 ‘가래질도 세 사람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여 마을 공동부역에 참여하지 않는 농민이 많았다면 그해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을까. 하물며 국가적인 사안이야 오죽 하겠는가. 기득권 내려놓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다시말해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힘을 모으고 헤쳐 나아가야 극복할 수 있다. 그래야 오늘보다 나은 미래의 우리가 있다. ‘함께해요 2014’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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